그녀의 연기는 매체를 가리지 않았다. 무대면 무대, 영화면 영화,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까지, 스위치가 가능한 배우였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곧 그런 사람이 살아 움직인다고 믿게 됐다. 나는 그녀의 연기스타일을 좋아했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오직 그녀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녀는 바로 2019년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배우 전미선이다. 나는 언니가 신인시절부터 함께 해온 매니지먼트와 일을 하게 되면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우아함이 수수함 사이로 묻어 나오는 언니의 첫인상이 아직도 선명할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우리가 가까워진 건 드라마를 함께 하면서였다. 하지만 마주치는 장면이 없어서 배우로 마주 설 기회는 없었다. 이게 끝일줄 아무도 몰랐기에 아쉬움이 오래도록 남았다. 좋은 배우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마음, 나에게 언니가 바로 그런 배우였으니까.
언니는 늘 먼저 안부를 먼저 물어봐주었고 어려움을 알아봐 주는 선배였다.
“지안아, 배우는 무대에 가면 무대에 맞는 연기, 영화는 영화, 일일드라마에 오면 또 그에 맞는 연기를 해줘야 해. 그게 배우의 책임이야.”
일일드라마의 과장된 표현법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에게 부드럽게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답답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생기면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언니에게만 들려주었다. 그녀는 나의 어리광까지도 존중해 주었고 늘 현명한 대답으로 나를 달래주었다. 언니와 대화를 하면 온갖 걱정이 사라졌다. 그런 존재였다.
언니는 내가 본 배우 중 가장 자연을 닮은 사람이었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도 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선배였다. 강하게 맞서기 위해 돌이 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꽃 같았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한동안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 모두가 그랬다. 마지막 헤어짐이 진행되던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떠나는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손으로 붙잡을 수 없기에 울었다.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듯이 모두가 울기만 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걸었던 어느 봄날의 저녁, 가로등 밑을 지나가는 우리가 꼭 드라마 속 장면처럼 기억되고 있다. 내 마음에 등불을 놓아주고 떠난 그녀, 영원히 기억될 사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언니에게 한 약속을 오늘도 기억하며 그녀에게 이 글을 바친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