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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시작한 신혼

21세기 며느리 맞아..?



시부모랑 사는 것도 모자라 다락방에서 시집살이를 한다고?!


친구들이 뒷목을 잡는다.

추억의 신혼방. 어떻게든 예쁘게 꾸며보려 초보가 페인트칠 시도하다 망했다..^^;


콩깍지가 씌면 뭔들 못하리.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자랑 산다는데 다락방이 무슨 대수랴 싶었다.


어차피 1년만 살면 오붓한 우리의 신혼집을 가지면 되니 잠시 소풍 간 느낌으로 살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우려와는 달리,

진짜 문제는 다락방에서 가난한 신혼생활을 하는 게 아니었다.


평생을 남향 아파트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만 보내오던 내가 바닷가 근처 주택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 말의 뜻은 ' 추위 '와 ' 곰팡이 ' 와의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단 뜻이다.


뭐 주택이나~ 아파트나 사람 사는 곳이면 다 비슷할 거란 오판을 내렸단 걸 겨울을 맞이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무리 오래된 주택이라지만 겨울엔 외풍이 심하다 못해 휴지 한 조각을 벽에 대면 바람에 훌러덩 흔들릴 정도였으니..

벽에 보온재를 테이프로 붙여두면 얼마 후 테이프가 바람에 밀려 떨어질 정도였다. ㅜㅜ


그런데도 난방을 따뜻하게 틀 수 없었다.


남편 체온이 높아 조금만 더워도 몸에 열꽃이 피거나 밤새 피가 나도록 긁으며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체온도 개 체온인가 보다. 울 남편이 개 같은 남편이 된 10가지 이유 중 하나이다. 허허


( 개 같은 남편 시리즈 1화 참조 )


게다가 당시 쇼핑 중독 덕에 옷이 많았던 나는 사두고 입지도 못한 옷에 순식간에 곰팡이가 피는 것에 경악을 했더랬다.

원인 제공한 곰팡이들한테 화를 내봐야 소용도 없고 허허 참.

 

그리고 신혼 다락방이 좁은 건 둘째 치고, 밤에 화장실 한번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 잠이 깨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같은 공간에 아직은 낯선 시부모님이 계시단 점도 부담스러웠다.


어른들과 식습관이 달라 아침을 먹지 않는 것도 눈치 보였고, 생활패턴이 달라 밤늦게 부스럭거리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함께 티비라도 보게 되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채널 선택과 음악 취향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다. 채널 선택권을 주장하기에도 어색한 사이였으니. ㅎㅎ




결혼은 여자와 남자의 만남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란 것을 그때 뼈저리게 체감했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연령 차이에 의한 관심사까지도 모두 달랐기에.. 시댁 식구들과 평소 대화에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세세한 것들까진 생각지 못하고 이 남자 하나만 보고 달려온 결과를 몸소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뭐.. 내 인생이고, 내 선택이니 그 감당도 내 몫이란 생각은 했지만 결혼 시작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건.. 역시 우리 며느리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친구나 여자 지인들이 괜히 시댁과 먼 곳에 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혹시.. 저처럼 시부모님과 함께 사시거나, 다락방에서 살았던, 사시는 분이 계실까요? 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혼 생활이 행복했던 건 2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남편이 나를 너무도 끔찍하게 생각한 나머지 시어머니가 스트레스받으실 정도로 내게 뭐라 하는 걸 막았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대드는 남편을 보면 식은땀이 날 정도라 내가 붙잡고 말릴 정도였으니.. ㅜㅜ


입장 바꿔 내가 시어머니였다면, 며느리 감싸고도는 아들에게 꿀밤이라도 날리지 않았을까 싶다.


부인 입장에서 이런 남편은 참 든든하고 믿음직스럽지만. ^^


두 번째 이유는.. 며느리 간병일기 시리즈에서 차차 밝혀질 거예요~  



예전 사진을 보니 그때 추억이 떠오르네요.

이번 한 주도 모두 고생하셨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




며느리의 시부모님 간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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