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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Dec 06. 2022

청춘의 끝

더 이상 젊다고만, 할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다. 청춘은 이제 진짜 끝인가 싶다. 지난한 한 시절을 돌아보니 참, 고생 많았다. 별일 많았다. 견뎌내고 버텨오느라 고생했다 싶다. 누군가는 청춘은 마음에 있는 것이라, 언제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른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청춘은 이제 막, 완전하게 막을 내린 느낌이다. 최근 다시 글을 쓰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들, 정확하게는 이대로 죽을 것만 같이 절망적이고, 힘들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나의 젊음을 용량 이상으로 더 갈아 마신 것만 같다. 천천히 나눠 마셔야 하는데, 에너지가 너무 모자랐기 때문에 좀 더 당겨서 많은 양을 써버렸다. 그리하여 내 영혼은 얼마간 아주 조금, 성숙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찬란했던 내 청춘의 한 시절을 이제 다 써버린 느낌이 더 크다.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뭐, 괜찮다. 불안하기만 했던 지난날들 속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사랑과 청춘이 그 속에 있었고, 완전하게 행복했던 날들도 여럿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될 청춘 이후의 그 어떤 삶에서도 나는 또다시 불안하겠지만, 불안을 이기는 나만의 방식으로 완전하진 않아도 평온한 행복을 찾아갈 것이다.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끝은 시작이고, 끝이 없다면 그다음도 없다. 그래서 지금 끝내려는 청춘의 마지막 장이 아쉽지만은 않다. 부단히 애쓰고 버텼지만 이뤄내지 못한 것들에도 고생했다고, 그만 되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너의 청춘을 마음껏 써주고, 잘 지나와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는 조금 더 편히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내 마음에게 말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그리고 그 속에 나를 온전히 있게 해 준 고마운 이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오랫동안 기억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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