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넬 문장: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민음사)』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상당히 긴 세월이 흐른 것만 같지만,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이라든가 지금이라면 좀 더 이렇게 했을 텐데라든가……. 이제 와서 그런 감상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과 함께 가라앉아서, 오히려 흐름을 가로막는다. 잃어버릴 것이 많았던 하루하루 속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언제나 한발 늦는다는 깨달음이다. 체념과도 비슷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민음사)』
"글쓰기는, 구원하고 죽음을 극복하는 데 이용됩니다. 그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말입니다. 그들을 위해 증언하면서, 그들을 영원하게 만들면서, 그들을 비기억 밖으로 끌어내면서 말입니다."
-롤랑 바르트, 변광배 역,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