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두령- 괘방령 13.1km
동그랗게 모여 체조를 시작했다.
구간 : 백두대간 14구간 (우두령-궤방령)
위치 : 충북 영동 산촌면 - 충북 영덕 매곡면
산행거리 : 13.1km
소요시간 : 7시간 30분
참여인원 : 7명 (보충산행, 본 산행은 89명 참가)
보충산행 모집 공지가 떴다. 나까지 7명이 모였다. 산행준비 과정은 본산행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미 이 구간을 다녀온 남편이 버스대장을 해주기로 했다. 집합은 새벽 3시. 승합차를 꽉 채우고 출발했다.
보충 산행에 참가자는 어른 5명, 중학생 1명, 초등학생 1명이다. 본 산행가기도 힘든데 보충산행까지 가는 사람이 있겠나 싶었는데 모집하자마자 순식간에 모였다. 소 모양의 동상이 있는 우두령 앞에서 시작해서 궤방령까지 13.1km를 걷기 시작했다.
20km 산행을 두 차례나 하고 난 뒤라 모두들 13km에 자신감을 보였다. 게다가 산행 밴드에 오늘 가는 14구간 후기가 31개가 있다. 답안지를 쥐고 시작하는 산행이었다. 본 산행에서 선두대장이었던 남편이 그날엔 들머리를 잘못 갔었다며 가야 할 입구까지 딱 찍어준다. 시작이 좋았다.
아침 보급으로 바나나, 소보로빵, 삼각김밥을 나눠주었다. 등산 채비를 맞추고 동그랗게 서서 체조를 시작했다. 몇 차례의 산행을 함께 해서인지 손 발이 척척 맞았다.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경계선 따라 이어진 산길을 올랐다. 초등학생 휘승이가 맨 앞에서 가자 아빠 한 분이 말을 걸며 앞으로 갔다. 휘승이는 자기 앞이 막힌 줄도 모르고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아이가 어른 사이에서 가도록 대열이 정비되었다. 내리막길에서 휘승이 발목이 접질렸다.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휘승이 아빠가 자기 보호대를 빼서 휘승이 발목에 둘렀다. 아빠 둘이서 휘승이를 앞 뒤로 밀착해 살피며 갔다.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간다. 미숙해서가 아니라 배우는 중이라 그렇다. 오늘 산행에서 휘승이는 함께 가는 법과 내리막에서 조심하는 법을 배웠다. 중학생들이 손이 덜 가는 이유는 잘 가르쳐 놨기 때문이다.
걷기 좋은 길이 이어져 밤하늘의 별자리 얘기도 하고, 주섬 주섬 마음에 품어둔 이야기들을 풀었다. 어느 코스가 가장 힘들었는지 얘기하다 어디든 오르막이 제일 힘들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모든 오르막은 새롭게 힘들고 아무리 올라도 쉬워지는 법이 없다.
숲 속 그늘로만 걷다 처음으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나오니 해가 뜨거운 날이었다. 9시가 넘어 기온이 오르니 오르막길에서 땀이 많이 나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 오솔길을 따라 걸을 때는 바람이 시원했다. '이 맛에 백두에 오지' 싶은 순간이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 함께 산행을 해도 혼자 걷게 되는 순간이 있다. 힘들어 멈췄다가 뒤에 발소리가 들리면 다시 가게 되고 가다가 앞사람이 보이면 또 힘을 내서 가게 됐다. 꼭 붙어 함께 가는 것만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 함께 가는 방법도 있었다. 그래서 긴 산을 넘으며 사람들과도 친해지지만 나와도 친해지게 된다.
일일 날머리 보급대장님이 된 남편과 딸이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두었다. 하산 후 바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이란! 내려가서 먹으면 절대 이 맛이 안 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들과 갈 산을 고르고(기획대장), 운전하고(버스대장), 간식준비(보급대장)해서 아침 이슬 마를 때까지 기다려 컨디션 올려서(체조대장), 길 안내 해가며(선두대장), 힘들어하면 기다려가며(후미대장), 산행 내려와서는 아이 좋아할 식당 찾는 일(식사대장)까지 나 혼자 했었는데 이렇게 잘 짜인 팀에서 산행을 하는 것도 부족해 보충산행까지 하고 있다니 올해 무슨 복이 들어왔나 싶다.
아이와 다니는 산행도 다 같이 살피며 다니니 훨씬 수월하고 재밌다. 아이와 둘이서는 감히 꿈꿔보지 못했던 거리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중년에 모험수가 있었나 보다. 그래고 올 해는 '산'복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