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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Dec 08. 2023

보충 수업 말고, 보충 산행!

- 우두령- 괘방령 13.1km

공휴일에 사람들이 산에 가자고 모였다. 왜? 백두대간 본 산행을 빠졌던 사람들이 충산행을 하기 위해서다.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것도 벅찬데 보충산행이라니. 휴일을 보충산행으로 보낼 사람이 과연 있을까 했는데 나를 포함한 7명이 금세 모였다. 이렇게 빠지면 채우며 백두대간 완주를 해 가는 거구나! 


카니발이 있는 집이 있어 한 차로 가기로 했다. 백두대간 출발 점과 도착 점이 달라 산은 안 타고 운전만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미 그 구간을 다녀온 우리 남편이 운전을 맡아주었다. 이미 다녀온 우리 아들은 집에 있겠다고 하고 딸은 같이 가겠다고 나서서 산은 가지 않고 아빠와 산 아래에서 놀기로 하고 데려갔다. 등산 7명, 운전 1, 깍두기 우리 딸까지 해서 총 9명이 출발했다. 자연스럽게 본산행처럼 새벽 3시에 만나는 걸로 되었다.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에 우두령이 오늘의 들머리다. 날머리 괘방령까지 총 13km를 걷는 코스다. 몇 회의 백두대간 산행으로 이 정도는 이제 짧은 거리가 되어버렸다. 


함께 만들어 온 습관이 무섭다는 걸 느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차에서 내려서는 동그랗게 서서 체조를 시작했다. 체조대장님이 같이 와서 근육들 중 특히 발목을 정성껏 따라 풀었다. 아침 보급과 점심 보급도 집에 있는 것들을 가져와 서로 나눴다. 보급 내용도 본 산행과 비슷한 모양새가 갖춰진다. 미리 카톡으로 의논을 했어서 바나나와 소보로빵, 삼각김밥을 받아 각자의 가방에 넣으니 개수가 딱 맞는다. 오늘 멤버 중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한 명씩 있어 평소처럼 아이들을 중간에 두고 걷는 대열도 자연스레 갖춰졌다. 평소에 물대장을 자처하시는 후기대장님은 오늘도 가방이 꽉 차게 물을 가져왔다. 매 번 산행이 끝나면 후기대장님의 후기독려로 이미 다녀온 이들의 후기와 사진이 많이 남는다. 미리 다 읽고 보고 가려니 처음 가는 코스지만 한 점 걱정 없이 마음이 가볍다. 충청북도 영동과 경상북도 김천의 경계선 따라 이어진 산길을 따라 오르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날이 좋았다. 선선한데 춥지는 않은 날씨를 우리는 등산하기 좋은 날이라 불렀다. 바람막이 잠바가 더워져 환복시간을 갖고 잠바들을 가방에 넣었다. 오늘 걷는 산 길은 나무그늘이 이어졌다.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처음 나왔다. 그늘로 걸을 때는 몰랐는데 해를 직접 맞으니 뜨거웠다. 더운 날이었다. 세 시간 반을 걸어서 13km 중 6km 지점 통과했다. 마주 오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만났다. 백두 대간길은 아직 길이 잘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인적이 드물다. 해가 뜨니 짧은 오르막길이라도 오르면 땀샘이 폭발하듯 땀이 났다. 오솔길이 이어졌다. 산 정상에 이런 오솔길이 이어지다니 누가 알까. 백두대간에서 자주 만나는 이런 오솔 길이 참 좋다. 소수 인원끼리 산을 타니 선두 후미 차이도 별로 안 나고 전반적으로 속도도 빠르다. 한 시 반에 모두 날머리에서 오늘의 버스대장님인 남편과 딸이 준비해 놓은 시원한 설레임과 얼음음료까지 마시고 오늘 산행을 마쳤다.  


아이에게 산에 가자고 설득하고, 운전하고, 아침 이슬 마를 때 기다려 아이 달래고 얼러 산행했었는데. 아이와 다니는 산행은 다 그런 건 줄 만 알았는데. 매 번 다 차려주는 산행을 하고 다니는 것도 부족해 본 산행 빠지면 보충산행까지 같이 가주는 이들을 만나 함께 있다니. 아무래도 내가 올해 산 복이 터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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