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남해 바다 송정 해변에서
마주한 공허가 깊다
어두운 밤바다
바라보다 마음이 먹먹해서
천길 낭떠러지로 웅덩이를 본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 바다와 같이
깊고 먹먹한
웅덩이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웅덩이를 다 채우고도 넘쳐
마음을 흠씬 적시는
그리움에 중독되는 일이라는 것을
끝내 그리움마저 메말라
마음이 바스러져 흩어지면
사라진 마음자리에
염병할 공허 만이 남으리라는 것을
울컥하고 무너지는 밤바다가
빈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곡하는 소리에 귀를 열다
사랑은 저와 같이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는 일이라는 것을
송정 해변에 와서 깨달았다
NOTE
내 젊은 날, 나는 내가 살았던 시대를 사랑했고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내 사랑이 깊었던 만큼 사랑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 상처를 부여잡고 송정해변을 찾았다.
상처가 깊어 무지 아팠으나,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프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을.
십자가의 사랑이나 어머니들의 산고가 그렇듯 사랑이 크고 깊을수록 아픔도 크고 깊다는 사실을.
내가 짊어진 아픔의 무게가 곧 내가 주고받은 사랑의 무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