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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Nov 06. 2024

토담 아래 햇살 받은 민들레처럼


 양지바른 교사(校舍)에 바투 서서

 햇살바라기를 했을 것이다


 눈이 조금 부셔도 좋았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보다도

 얼굴이 따뜻했다

 햇살을 받은 아이는

 겨울에도 자라는 한 그루 나무였다

 표피가 트서 갈라지는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아이는 햇살을 등지지 않았다

 사실은 등질 수가 없었다


 햇살을 향해 내린 뿌리가 깊었기 때문에


 터 잡아 뿌리내린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이는

 나이만큼 겨울을 맞이하면서

 오래 햇살을 바라보았

 때때로 햇살이 비켜가기도 했지만

 땅 속 깊이 내린 뿌리만큼이나

 질긴 믿음으로 아이는

 햇살을 좇아 바라보았다


 아이는 오랜 시간을 소망했다

 토담 아래에서 햇살을 받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마음 환한 꽃을 피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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