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과 꿈 Nov 06. 2024

토담 아래 햇살 받은 민들레처럼


 양지바른 교사(校舍)에 바투 서서

 햇살바라기를 했을 것이다


 눈이 조금 부셔도 좋았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보다도

 얼굴이 따뜻했다

 햇살을 받은 아이는

 겨울에도 자라는 한 그루 나무였다

 표피가 트서 갈라지는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아이는 햇살을 등지지 않았다

 사실은 등질 수가 없었다


 햇살을 향해 내린 뿌리가 깊었기 때문에


 터 잡아 뿌리내린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이는

 나이만큼 겨울을 맞이하면서

 오래 햇살을 바라보았

 때때로 햇살이 비켜가기도 했지만

 땅 속 깊이 내린 뿌리만큼이나

 질긴 믿음으로 아이는

 햇살을 좇아 바라보았다


 아이는 오랜 시간을 소망했다

 토담 아래에서 햇살을 받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마음 환한 꽃을 피우기를.

 

 


 


 

 

 

 


이전 01화 그때, 송정 해변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