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남해 바다 송정 해변에서
마주한 공허가 깊다
어두운 밤바다
바라보다 마음이 먹먹해서
천길 낭떠러지로 웅덩이를 본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 바다와 같이
깊고 먹먹한
웅덩이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웅덩이를 다 채우고도 넘쳐
마음을 흠씬 적시는
그리움에 중독되는 일이라는 것을
끝내 그리움마저 메말라
마음이 바스러져 흩어지면
사라진 마음자리에
염병할 공허 만이 남으리라는 것을
울컥하고 무너지는 밤바다가
빈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곡하는 소리에 귀를 열다
사랑은 저와 같이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는 일이라는 것을
송정 해변에 와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