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교사(校舍)에 바투 서서
햇살바라기를 했을 것이다
눈이 조금 부셔도 좋았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보다도
얼굴이 따뜻했다
햇살을 받은 아이는
겨울에도 자라는 한 그루 나무였다
표피가 트서 갈라지는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아이는 햇살을 등지지 않았다
사실은 등질 수가 없었다
햇살을 향해 내린 뿌리가 깊었기 때문에
터 잡아 뿌리내린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이는
나이만큼 겨울을 맞이하면서
오래 햇살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햇살이 비켜가기도 했지만
땅 속 깊이 내린 뿌리만큼이나
질긴 믿음으로 아이는
햇살을 좇아 바라보았다
아이는 오랜 시간을 소망했다
토담 아래에서 햇살을 받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마음 환한 꽃을 피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