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교사(校舍)에 바투 서서
햇살바라기를 했을 것이다
눈이 조금 부셔도 좋았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보다도
얼굴이 따뜻했다
햇살을 받은 아이는
겨울에도 자라는 한 그루 나무였다
표피가 트서 갈라지는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아이는 햇살을 등지지 않았다
사실은 등질 수가 없었다
햇살을 향해 내린 뿌리가 깊었기 때문에
터 잡아 뿌리내린 자리에서
그대로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이는
나이만큼 겨울을 맞이하면서
오래 햇살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햇살이 비켜가기도 했지만
땅 속 깊이 내린 뿌리만큼이나
질긴 믿음으로 아이는
햇살을 좇아 바라보았다
아이는 오랜 시간을 소망했다
토담 아래에서 햇살을 받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마음 환한 꽃을 피우기를.
NOTE
아이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잠들지 않아 깨지 않아도 될, 햇살처럼 빛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꿈이 자라는 공간은 아이의 영토, 아무도 범할 수 없는 마음의 영지에서 아이는 행복했다.
아이의 꿈은 민들레와 같이 예쁘고 소박한 것이어서 이루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