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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에 진달래

by 밤과 꿈


물이 올라 봄빛 푸른 저 산에

덩달아 달아 오른 진달래


바라보는 두 눈도 봄빛에 물들고


봄기운에 취해 하품하는 아지랑이처럼

싹수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집적이는 한 줄기 봄바람이 불어


벌 나비가 꽃을 찾아 숲에 들고

굴을 떠난 개미가 기지개를 켜는데


먼 산, 저 산에 진달래를 바라보며

마음으로만 군불을 때고 있는

못난 청춘은 봄빛이 너무 부끄럽고

길을 잃고 헤매는 연정이

너에게 닿기를, 차마 바라기에는

마음이 모질어서 아득하고





NOTE


불어 마음에 닿는 봄바람이 무섭다.

고향에서 봄빛이 푸르고 산허리에 낭자한 진달래를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은 그리움을 좇아 서울을 향해 달음박질을 친다.

마음뿐으로, 몸이 따라나서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워서, 네가 야속해서.

속절없이 먼 산에 진달래만 달아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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