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조탁(彫琢)*

by 박순동

겨울밤의 조탁(彫琢)*

박순동

겨울밤은 숨겨진 보석처럼

그리움으로 찾아오고

긴 어둠은 울림으로 되살아나

말없이 내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밤의 흐름 위에

사랑과 슬픔을,

몌별(袂別)**과 그리움,

끝내 놓지 못한

붙들고 싶은 것들을 띄웁니다.

내가 지나온 모든 이야기들 또한
조심스레 물 위에 얹어 둡니다.

스쳐간 숨결과 남겨진 소리,
빛에 묻은 향기를 지나
젖은 어둠까지도 끌어안아
흘러가는 한 줄기 강물이 되기를,
이 겨울밤의 빗소리 속에서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어둠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세월의 무늬와 빛깔을 불러와
아직 마르지 않은 풍경 하나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움의 웅덩이를 메우려
부질없는 한숨으로

가슴의 빈 곳을 더듬다,
고개를 떨군 채
또 하나의 눈물을
겨울비 속으로 흘려보냅니다.


2501216 겨울밤의 조탁은 겨울밤의 정서와 시적 언어의 다듬기(조탁)를 주제로 한 시적 표현을 의미합니다. 순동.


*조탁(彫琢) : 문장이나 글을 정성스레 다듬는 일.

**몌별(袂別) : 소매를 붙잡고 헤어지는, 이별보다 더 깊은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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