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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29. 2021

쓸까 말까 할까 말까

잘 모르겠으면 일단 해보세요. 너무 많이 투자하지는 말고

나와 같이 OO방송국 홍보기자단으로 활동했던 분들 중에 브런치 동기(?) 분들이 꽤 있다. 우리는 거의 같은 시기에 브런치 작가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입브동기라 할 수 있다. 우리들 중 여러 명이 스스로가 대단치 않게 여겼던 글 몇 개가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고, 나를 비롯한 모두가 조회수 돌파 알람이 올 때마다 신나 했다. 이런 신남을 또다시 브런치 글로 남기기도 하고, 단톡방에서 깨알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브런치팀에서 선택한 '돌파'라는 단어가 좀 귀엽다. ㅎㅎ 돌파라니...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조회수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구독자가 확 는다거나 출판사에서 책 내자고 제안이 온다거나 그런 일은 없다. 아니 나에겐 없었다. 


그래도 역시 우리는 칭찬에 약한 사람이고, 어느 정도는 다 관종인지라 다음 메인 노출은 글쓰기에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그런데 참 재밌는 사실은 네 번 정도 노출된 글들 모두가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쓴 글이라는 것이다. 처음 메인에 노출된 <올드보이처럼 3년간 김치콩나물국밥>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시절부터 너무 오래 끓여먹었던 메뉴라 그래도 글 하나 정도는 남겨야 될 것 같아서 썼다. 나는 주로 사색과 관찰을 통한 생활철학에 관련된 글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레시피 관련 글은 예정에 없던 거였다. 레시피는 생각을 정리해서 순서를 정해야 했기 때문에 좀 귀찮아서 쓸까 말까 했다. 


<아, 대단한 살림이여>, <살림남이 되기로 했습니다> 도 마찬가지다. '살림'은 내 글의 핵심 주제가 아니었다. 자식들도 다 독립한 마당에, 돈도 넉넉히 못 벌어오면서 살림에도 동참하지 않는 남자는 정말 비호감 남편인 것 같아서 쓴 글들이다. 


마지막으로 노출된 <아들을 보고 왔어요>는 그날 하루가 정말 피곤했지만, 장차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디테일한 묘사를 한번 연습해 보자는 마음으로 써본 것뿐이다.


참 신기하다. 내가 2020년에 진주시장에게 받은 <문화기획 아이디어 공모전> 금상도 거의 30분 만에 쓴 글이다. 심각하게 고민한 것도 없고, 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자유롭게 내 생각을 썼다. 


현재 내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 음원 유통사 발매 승인, 몇몇 가수들(매니저)에게 긍정적 답변 - <산허리의 고목아>도 나흘 만에 완성한 곡이다. 한 달이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은 호응을 얻지 못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OO방송국 홍보기자단'도 공무원 시험에 최종 떨어지고 꿀꿀한 기분을 달랠 겸 미친 척하고 지원해 본 거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블로그 이웃이 50명 미만이었다. 그때 경기도 고양에 있는 방송국까지 면접을 보러 가겠다는 나를 두고 아내와 처형이 막 욕을 했었다. "니가 지금 제정신이야??"


그런데 책을 내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작곡을 하고, 앨범을 발매하고... 이 모든 일들의 시발점이 어찌 보면  'OO방송국 홍보기자단' 합격이었다.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격인 그 합격!!! 왜냐하면 이 합격이 내게 작은 자신감을 던져 줬으니까.


글을 계속 썼더니 구독자가 24명뿐인 내 브런치에도 제안이 하나 도착했다. 연애상담 어플 윌슨에서 윌스너(상담자)로 활동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구독자가 적어도 제안이 오는구나' 좀 놀랐다. 나는 벌써 20여 명 가량 상담을 했고, 내 리뷰 점수는 현재 만점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상담을 받은 분들이 도움이 됐다고 하실 때마다 정말 살 맛이 난다. 내가 상담에 소질이 있나? 역시 사람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줘야 살 맛이 나는 모양이다. 상담료로 돈도 조금 벌었다. 적은 돈이지만 저작권료보다는 훨씬 많다. 하하.




그래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일단 하시라고 강력히 추천드린다. 무슨 선물이 당신을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단, 너무 많은 투자는 하지 마시고. 시간과 돈 말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면 실패했을 경우 지쳐서 다음번 시도를 못한다. 돈을 너무 많이 투자하면 잃어버린 돈 때문에 너무 많은 제약을 받는다.


라이킷을 누를까 말까? 누르세요!!!(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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