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청 16차시 강의를 진행하며(6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학문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다양한 학문들이 존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학문은 더 세분화, 구체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의 숫자는 갈수록 더 많아지고, 우리가 배울 것은 정말 끝도 없는 듯합니다.
자, 이렇게나 많은 학문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학문들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아마도 학문의 시작점과 만나게 될 텐데 그 경우 어떤 학문만 남게 될까요? 경제학? 사회학? 쉽지 않지요? 정답은 바로 ’종교(학)와 철학‘입니다. 이 구분은 간단합니다. 신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바로 종교(학)이라고 본다면 인간에 대한 모든 배움은 바로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철학을 복잡한 사상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철학은 인간의 모든 것을 기초에 두고 연구하며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철학을 인문학이란 용어로 대체하고 있는 듯싶네요. 그 근본적인 의미는 같다 할 수 있으니까요.
영어로 철학을 필로소피(Philosophy)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인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것으로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필로소피아는 ’지혜를 사랑하다‘란 의미를 가지는데, 즉 철학은 한마디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더 나아가 인간이 인생을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배우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인문학이나 철학이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결이 같은 학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철학이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 한다면 종교(학)는 신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인간이 결코 범접할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관장하는 것이 바로 신이라 보는 겁니다. 신은 우주의 창조자이며, 만물의 근원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은 신을 섬겨야 하며, 마음과 몸을 다해 신을 따를 때에만 비로소 인간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믿는 겁니다. 이러한 믿음에서 신을 향한 제사와 제례의 관습이 시작되었으며, 더 나아가 제물을 바치는 풍습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종교(학)는 이러한 모든 것을 관할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고요.
종교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그 궤를 같이해오고 있습니다. 학문의 시작이 종교와 철학이라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 할 수 있죠. 또한 인간이 어찌해볼 수 없는 자연재해와 각종 기후변화 등 어마어마한 자연의 힘을 목격할 때마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나 힘을 가진 인간 또한 죽음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알게 되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갔고, 그에 비례해 종교의 파워 역시 커져만 갔습니다(현재까지도 그 힘은 계속 이어지고 있죠).
특히 유럽의 경우 가톨릭이 오랜 시간에 걸쳐 메인 종교로써 자리 잡았는데 그런 만큼 가톨릭의 파워는 대단했습니다. 신을 믿는 종교가 현실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지위로 성장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정치 세계에서도 종교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종교가 신의 영역인 만큼 신으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는다면 자신은 그저 인간의 왕이 아닌, 신이 추천한 진짜 인간의 왕이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본 겁니다. 그래서 수많은 왕들, 그중에서도 왕 중의 왕이라 불리던 황제들은 가톨릭의 대표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고자 합니다. 신이 인정한 황제, 이것이 바로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상징이었죠.
황제가 종교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기 시작하자, 사실상 황제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계급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바로 황제를 인증해주는 종교의 대표가 그것으로, 이들의 공식 명칭은 ’종교의 왕‘을 넘어 ’교황‘으로까지 불리게 됩니다. 종교의 황제가 탄생된 겁니다.
교황은 영어로 Pope라 하는데, 이는 라틴어 Papa에서 유래된 단어로 ’아버지‘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틴어에는 Pater라고 하는 또 다른 ’아버지‘란 단어가 있는데, 이는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의미하고, Papa는 법적 책임자로서의 아버지를 뜻합니다. 즉 자신을 직접 낳아준 아버지는 아니지만 (종교)법적으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아버지의 의미라 하겠습니다. 교황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는 10세기 이후로 알려졌고, 그 전에는 대신 ’로마의 주교‘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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