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여름은 그래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초록이들이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태양을 향해 손을 뻗어
여름을 좋아하진 않지만
갈수록
여름을 이해하게 됐어
가릴 것 없이 질주하다
세상이 멈춘 듯
숨이 턱 막히는 아스팔트 길을 걷는 기분 말이야
발이 익어버릴까 봐
느리게 걸을 수도 없는 길 위에서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는 미치게 만들지
내 안에 감춰진 질주 본능이 뛰쳐나와
미친년처럼 빗속을 뛰는 모습을
이젠 상상으로만 하고 있지 뭐야
여름은 그래
생각이 줄고
행동도 줄지만
불나방처럼 빛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싶은
열정이 불화산처럼 뜨거워.
식히려면
나를 뜨겁게 하는 열정에
예고 없는 소나기를 내리는 거야.
한 김 식어 형상화된 열정의 화석을 쥐고
조금씩 걸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