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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석 Oct 08. 2020

통찰력 높이는 방법. (첫 2초의 힘,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과 토론을 벌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는 출판된 지 꽤 오래된 책이다. 운 좋게도 가족 여행 중 어느 카페 구석의 중고책 코너에서 발견하고는 서문과 목차만 후다닥 살펴보았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주어지는 것은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순간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순간적으로 내리는 판단이 어리석은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들 또한 잘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순간적 판단력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말이다)

순간순간의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리더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여기에는 일반적인 기업의 대표나 임원뿐만 아니라 피터 드러커가 <자기경영노트>에서 말한 ‘지식노동자형 경영자’도 포함된다).


내 판단이 그동안 엉터리였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콤이 내리지 못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말콤과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찾아보았다.



무언가를 한 순간에 판단해야 할 때,
사람의 무의식이 작동한다.

대부분은 짧은 시간 동안 입력된 단서들과 자신의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있던 경험들이 조합되어
편향되거나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실제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상대방의 외모나 목소리, 그날의 날씨와 전날 밤의 수면상태에 따라서 말이다.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판단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통찰력을 지니기만 한다면 순간적인 판단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서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이다.



여기까지가 짧은 독서를 통해 얻은 교훈이었다.


그렇다면 그 통찰력 있는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을 기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판단력 자체가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 되는 나의 평소 학습과 깊이 있는 경험의 여부이다.

다시 말해 판단력 자체를 높이는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세분화된 특정 분야와 상황에서의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판단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도박을 하는 것과 비슷한 성공률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평소 관심 있게 공부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많이 쌓은 분야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이미 나름의 정리되어 내재화된 이해 범위(메커니즘) 만큼의  성공률 얻게 될 것이다.

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디자이너로서 10년이 넘게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다 보니 클라이언트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메일에 적힌 짧은 문장 속 표현에서도 초급 디자이너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디자인을 맡기는 특정 상황 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가 얼마나 내재되어있는지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것이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서도 볼 수 있는 양이 다르므로 그 판단의 결과도 다른 것이다.
관련 경험이 적을수록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본질과 상관없는 정보들(상대방의 외모, 목소리, 그날의 날씨와, 아침식사 등등)의 영향을 받아 엉뚱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전문분야에서 만큼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이 결정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사실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일, 내 생존과 연관된 일에서만큼은 평소에 지식과 이미지 훈련, 관찰 등으로 판단의 근거들을 충분히 쌓아놓기를 바란다.
그것이 순간의 중요한 판단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책의 결론과는 상관없이 책이 던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사색한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논리를 정리해 본다. 그리고 책을 마저 읽으면서 저자의 논지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혹은 내가 펼친 원리를 더 튼튼히 다지기도 한다. 이것도 일종의 판단력을 높이는 훈련이다. 그리고 일면식 없는 저자와 치열한 토론을 벌일 수 있는 노하우이다.

2020.10.5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서문을 읽고 느낀 생각.
(당진의 어느 카페 중고서적 판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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