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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석 May 28. 2020

묻지 않는 사이, 클라이언트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B급회사에서 A급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법>


(feat.갑자기 닥치는 고객의 분노)

며칠 전 아침이었다. 다소 친분이 두터운 클라이언트(고객)로 부터 전화가 왔다. 느낌이 안 좋았다.
약간 상기된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이내 불만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불만의 내용은 이러했다. 한두번 작업한 사이도 아니었고, 요청사항도 자세히 써줬는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유독 수정이 많은 작업이었다. 이미 판매중인 서비스에서 파생된 브랜드였고, 기존 모체 서비스의 컨셉을 베이스로 수정하다보니 신선함은 떨어졌고 누가봐도 애매한 디자인이 나온 것이었다. 이런걸 매너리즘에 빠진 다자인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디자인을 담당했던 우리 막내 다자이너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이메일에 적혀있는 요청사항대로 수정해서 보내줬고, 또 다른 요청사항이 오면 나름 정성껏 수정해서 보내주는 일을 반복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클라이언트의 변덕에 이미 무기력해진 상태였다. 나도 그랬었지...

뭐, 디자이너라면 한두번쯤 겪어봤을만한 상황이다.


수정작업은 디자이너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왠지 배아파서 낳은 자식이 맞고들어올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상당히 예민해지고 때론 욱하게도 한다.


수정... 너란 아이... 정말...


수정에는 내용이 변경되어 하는 컨텐츠수정과 디자인의 기능(이쁨, 전달력, 브랜드 적합도 등등)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디자인 수정으로 나눌 수 있다.



원인을 모르느게 문제야


디자인에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없다면 약간의 귀찮음을 극복하며 빨리 바뀐 콘텐츠의 내용을 파악해서 디자인 컨셉에 맞게 잘 녹여주면 된다.

하지만 디자인을 수정해달란 요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클라이언트의 눈에 맘에 안드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이때도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알면 그리 힘들건 없다. 어짜피 디자인이라는게 TPO에 맞춰 옷을 고르는 코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목적만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면 목적에 알맞는 컨셉의 디자인을 찾아 입혀주면 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디자인의 목적과 더불어 수정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건 큰 문제다.


만약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신뢰가 두텁게 쌓여있다면 근본적인 불만의 원인을 얘기해주고 해결책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가무너진 상태라면...?

이런 경우, 구체적인 색상과 레이아웃들을 지장해서 클라이언트가 직접 디자인을 하기 시작한다. 이건 일반적인 가이드나 레퍼런스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디자이너도 자괴감에 빠져들 것이다.


뭐,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만,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차리고

오직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대 집중하자!


수정하는건 나쁜게 아니다. 수정도 디자인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아니, 오히려 완성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정의 원인, 문제의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하자.


디자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 디자인에 어떤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타일이건 기능적인 것이건 취향이건 간에 말이다.

바로 모든 수정에는 수정해야하는 이유가 있고,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원인을 알지 못한채 수정하는 것은
목적지를 모르고 달리는 택시와 같다.

손님은 태웠는대 목적지를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물어봐야 한다.
'어디까지 가세요?' 하고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우리도 알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질문해야 한다.(좋은 질문을 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니 다음에 한번 다뤄보겠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빨리 끝났음 하는 마음에 메일에 적혀진 내용대로 기계적인 수정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 수정의 내용이 '디자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이유가 명확기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정신 차리고 전화해서 물어봐라.


“이 작업을 통해 긍국적으로 얻고 싶은 이득이 무엇인가요?”, “이 수정 사항은 어떤 부분을 개선하시려는 건가요?” 하고 말이다.

목적지를 아는 택시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고,
문제를 정확히 아는 디자이너만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

<A급 디자이너 처럼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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