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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r 09. 2021

#5. 파심은데 파나고, 아보카도 심은데 아보카도난다.

처음으로 키워본 파, 그리고 한달에 기다림 끝에 싹이 난 아보카도.

 정말  심은데  나고, 아보카도 심은데 아보카도가 나다니!!

파 한단을 사서 파를 소분해 냉장고와 냉동고에 보관하고 남은 파 밑둥을 심어보았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파 심은 곳에  파가 난 것이다! 물론 자랄수록 비리비리한 파지만

다시 마이너스의 손이던 나에게 한 번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파뿌리를 심으면, 신기하게도 다시 파가 자란다.


올해 파가 비싸서 파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주식이나 비트코인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파를 사서 뿌리 부분을 심어서 키워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작년 이른 봄,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심심해져서 파를 키워보기 시작했다.

인스타에서 보면 파 밑둥 부분을 잘라서 심으면 잘 자란다길래, 도전 정신을 가지고 파 한단을 가지고 실험해보았다. 물에서도, 흙에서도 파는 잘 자랐다. 파 심은 데 파가 나다니!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르고 살았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이렇게 키우는 파는 몇 번 잘라먹으면 흰 부분이 흐물흐물해져서 못 먹게 되지만,

최초로 음식을 심어 키워낸 경험을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나 이제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 것만 같아!

왼쪽부터 수경재배 파 당사자, 흙에 키운 파 당사자, 무인양품에서 사온 금전수



아보카도 씨앗도 심으면 싹이 날까? 언제가는 자라서 아보카도가 될까?


싹이 조금 나기 시작한 아보카도 씨앗. 정말 잘 자랄까? 의문을 품던 시절

파를 키워내고 나니, 다른 것도 해보고 싶었다. 인스타에서 보았던 아보카도 씨앗 키우기에 도전했다.

아보카도를 먹고 씨앗을 깨끗하게 심어서 물에 이쑤씨개에 꽂아 물에 담궈두었다. 뿌리가 나고, 씨앗이 갈라져 싹이 트기까지 한 달은 기다렸던 것 같다. 매일 들여다보고, 물을 갈아주고, 살펴보면서 마치 식물관찰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보카도 씨앗에도 이름이 생겼다. 넌 나의 군밤과 대추


뿌리가 어느 정도 자라자, 흙으로 옮겨 심은 아보카도 씨앗들


하지만, 너무 뜨거운 햇빛에 놔둔탓에 그만 아보카도 씨앗의 머리 윗부분이 마치 앵무새 부리처럼 빨갛게 타고 말았다. 이러다 한 달 넘게 공들여 키운 아보카도 씨앗 죽는 거 아니야 걱정되서 트위터에 올렸더니, 군밤이랑 대추같다고 트친들이 군밤이와 대추라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썬탠한 아보카도 씨앗에도 싹은 났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뭔가가 올라오긴 했는데 이게 새싹일까? 궁금해졌다.

갈색으로 올라온 것이 싹같기도 하고, 썩은 동아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놀랐게도 시간이 지나자 예쁜 아보카도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테라스에 햇빛이 너무 쎄서 적당한 햇빛과 온도를 맞추지 못해 힝구가 되어버리곤 했지만, 꽤 오래 테라스에 함께 지내다 작년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그리고 점점 식물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화분이 늘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보카도를 먹으면 씨앗도 키우고, 길가다 꽃집이 보이면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사모으는 사람이 되었고,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식물도 주문했다. 전 주인이 놓고 간 화분과 기본 포트들을 동원해  텃밭 테라스 식물존이 생겼다.


무질서하게 늘어가는 나의 식물들.  곳은 자유분방한 텃밭 테라스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화분들 사이에서 자라난 아보카도 두개의 화분이 보인다. 나눔받은 나비란을 심기도 하고, 고양이한테 주려고 밀싹도 키웠다. 구문초는 벌레를 쫓아준다던데... 하면서 사오기도 하고, 다이소에서 3가지 허브 종류가 들어있는 씨앗을 샀는데 한쪽은 안 자라고 한 쪽은 잘 자라서 여백의 미가 생기기도 했다.


 도시계획도 없이 땅파고 건물부터 지어대는 신도시개발처럼 닥치는대로 화분을 사고,무질서한 텃밭 테라스를 만들어 갔다.  마음은 오늘의 집이나 리빙 잡지 속 예쁜 식물을 키우는 근사한 테라스를 꿈꾸었으나 현실은 그냥 뒤죽박죽 화분대잔치가 되고 말았다.



(예고) 6. 분갈이 폭주기관차 , 식물팡인들의 모임 식물트위터 입문

식물트위터를 기웃거리다 충격적인 닉네임을 발견했다. '분갈이 폭주 기관차'

헐… 트위터하는 사람들은 식물을 키워도 적당히를 모르는 것일까? 분갈이란 무엇이관대 폭주 기관차가 되게 하는 것일까? 약간의 두려움,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가게 된 광활한 '식물 트위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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