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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r 02. 2021

#4. 어느 겨울 시작된 나의 식물생활

처음해 본 분갈이, 해보고 나니 별 거 아니네?

#4. 어느 겨울 시작된 나의 식물생활

집앞 꽃집을 지나다 우연히 들이게 된 로즈마리. 분갈이가 하고 싶어서 유튜브를 찾아보고 처음으로 하게 된 우당탕탕 분갈이. 그리고 이케아에서 3000원에 주고 사온 테이블 야자. 집으로 온 식물들이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자, 화분을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작년 겨울, 갑자기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좁은 집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집에 가는 길, 작은 꽃집을 지나다 로즈마리를 발견했다. 이름도 예쁜 로즈마리는 고기넣을 때 위에 가니쉬로 장식하기도 하고, 심신 안정에도 좋다고 하니 왠지 쓸모가 많아 보였다. 외국 요리프로에 보면 왠지 뒷뜰에 로즈마리 하나씩은 다 있는 것 같고, 요리하다가 가위로 잘라서 파스타에 넣기도 하던데 나도 하나쯤 키우고 싶어졌다.


로즈마리와 함께 키우기 쉬워 보이는 개운죽도 샀다. (이 친구는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 식물 초보 분들에게 추천) 로즈마리는 크기가 꽤 커서 왠지 분갈이가 필요해보였다.  작년에 다이소에서 사둔 노란색 큰 화분이 생각났다. 식물 키울 생각으로 사두고 구석에 쳐박아 둔 그 화분.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분갈이를 해본 적 없는 나는 분갈이를 하기가 겁이났다.


우당탕탕 분갈이 '화분에서 어떻게 식물만 제거하지? 화분 옮기다 죽는 거 아니야?'


유튜브를 켰다. 로즈마리 분갈이를 검색해보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화분 속 로즈마리를 흙과 함께 파내고, 더 큰 화분에 흙을 깔고 로즈마리를 심고 주위에 흙을 덮어주면 끝. 마사토니 뭐니 좀 더 복잡한 설명이 있었지만, 아직은 잘 모르니깐, 무작정 흙과 숟가락만 들고 시도해보았다. 나의 좁은 싱크대가 흙투성이가 되긴 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로즈마리 분갈이에 성공했다.

'분갈이 별 거 아니군!' 이라고 생각하자 왠지 다른 화분도 분갈이가 하고 싶어졌다.

 시름시름 죽어가던 식물도 있었는데 왠지 지금 있는 화분이 맞지 않아 그런 것 같고(그건 아니었다), 더 넓은 화분으로 옮겨줘야할 것 같은 기분. 분갈이도 성공하고, 여분의 흙도 생기고 나니, 뭔가 화분을 늘리고 싶어졌다.


이케아에 가도, 연남동에 가도 나의 관심은 식물뿐, 그렇게 점점 풀며드는데


어느 날 이케아에 갔다. 자취생에게 인테리어의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이케아에는 인테리어 소품도 많았지만,  예쁜 화분도 많았다. 식물 코너에 가니 스투키, 테이블 야자 등 다양한 식물을 팔고 있었다. 태국의 까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식물이었다. 다행히 키우기도 쉽다고 하니, 장바구니에 넣었다. 식물초보에게 추천하는 스투키도 같이 샀다. 공기를 정화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연남동에서 산책을 하다가 꽃가게에서 프리지아도 한 다발을 샀다. 꽃을 주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데, 꽃을 받을 일은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만날 때 축하해줄 일이 있을 때 사가기도 하고, 가끔 이렇게 내 스스로 사기도 했다. 프리지아 한 다발과 올리브잎파리 같은 풀도 몇 개 샀다. 꽃병이 없어서 와인병이나 맥주컵에 꽃을 넣으니 제법 근사해보였다.

스투키(화분받침이 없어서 플라스틱 뚜껑을 썼다), 케일+사과 쥬스, 프리지아(남는 유리병에 꽂았다)

로즈마리, 테이블야자, 스투키, 개운죽, 시름시름 죽어가는 선물받은 이름모를 식물, 그리고 연남동에서 사온 프리지아 꽃이 내 방에 생겼다. 작은 방이었지만, 함께 있는 식물들이 다양한 색깔로 함께 해주니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방 전체는 아니더라도, 방 한구석은 찍어서 인스타에 올릴 수 있을만큼.

분갈이에 성공한 로즈마리, 키우기 쉬울 것 같아 사온 개운죽, 이름 모를 식물(이름아는 분 알려주세요), 테이블야자


작년 1~2월 갑자기 다가온 바이러스에 매일혹시라도 내가 코로나면 어쩌지? 무섭기도 해서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다. 매일 밤 자기전에 온도계를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온도를 쟀던 기억이 난다. 혼자라 쓸쓸하고, 갑자기 돈 역병이 비현실적으로 무서울 때면 집 한 구석에 있는 식물들이 위로가 되어주었다.


좁은집이라 불편하지만, 우리집에는 큰 장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넓은 공용테라스였다.

봄이 되면, 이 테라스에 뭔가를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예고) #5. 정말 파 심은데 파 나고, 아보카도 심은데 아보카도가 나다니!!!

파 한단을 사서 파를 소분해 냉장고와 냉동고에 보관하고 남은 파 밑둥을 심어보았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파 심은 곳에  파가 난 것이다! 물론 자랄수록 비리비리한 파지만

다시 마이너스의 손이던 나에게 한 번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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