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미래

⑨ 16.3배의 격차 : AI는 기회인가 새로운 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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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오랫동안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위대한 평형추(Great Equalizer)’로 불려왔다.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AI라는 최고의 선생님을 만나 1:1 맞춤형 학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AI가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낙관적 미래 상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터는 이 이상적인 그림과 조금 다르다. 기기 보급 수준에서는 격차가 줄었지만,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서는 새로운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등의 분석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의 디지털 기기 접근 수준은 전체 평균의 약 97%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AI•디지털 기술을 실제 학습에 활용하는 수준은 전체 평균의 65%에 머문다. 즉, ‘기기를 가지고 있는가(접근)’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어떻게 쓰는가(활용)’가 문제의 본질로 떠오른 것이다.


필자는 이 현상을 ‘16.3배의 격차’라 표현하고 싶다. 이는 단순한 통계치가 아니라, 소득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에 벌어지는 AI 학습 환경의 질적 간극을 상징하는 비유적 수치다. 실제로 고소득층 자녀는 부모와 사교육의 가이드 속에서 AI를 코딩, 창작, 탐구 등 사고의 폭을 넓히는 ‘생산적 도구’로 활용한다. 반면, 저소득층 자녀는 숙제 정답을 찾거나 요약하는 등 단순한 ‘보조적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똑같은 AI를 손에 쥐여줘도, 누군가는 그것을 미래를 여는 ‘로켓 부스터’로 쓰고, 누군가는 시간을 때우는 ‘장난감’으로 쓰는 셈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가 함께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AI는 학습 격차를 완화하기보다 새로운 ‘불평등 가속기’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대한민국은 2025년부터 초•중•고를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본격 도입하며 1인 1기기 환경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학교의 채택률은 30%대에 머물고, 학생들의 실제 활용률은 10% 미만이라는 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대도시는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기기 보급 이후 실질적 활용이 이어지지 않는 ‘지역 간 활용 격차’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기를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평등이 완성되지 않는다. AI 교육의 본질은 ‘얼마나 많은 학생이 AI를 자신의 언어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정책도 이제는 ‘접근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단순 보급을 넘어,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단계별 AI 리터러시 교육, 가정 내 지도를 돕는 부모 대상 디지털 교육, 그리고 지역 아동센터 기반의 공공 AI 학습 지원 인프라 등 세밀한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 AI가 사교육 시장의 고가 서비스에 뒤처지지 않는 ‘기회의 도구’가 될 수 있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를 쥔 손에 따라 그것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도, 넘을 수 없는 새로운 벽이 될 수도 있다. AI 교육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10회차 주제는 ‘AI는 '뇌신경 동기화'를 모방할 수 없다 : AI 시대, 인간 교사의 역할’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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