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나의 서사를 학습한 AI : 가장 완벽한 헬스케어 파트너
지난 회차에서 우리는 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의 모든 성장 데이터를 학습하는 ‘전인적 AI 동반자’ 의 미래상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 방대한 개인 데이터의 수집은 언제나 ‘프라이버시’와 ‘감시’라는 묵직한 경고를 동반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비틀어 보자. 만약 평생에 걸쳐 축적된 이 데이터가 누군가에게 팔려나가는 상품이 아니라, 수십 년 후 가장 취약해진 나 자신을 지켜주는 귀중한 ‘데이터 자산(Data Asset)’이 된다면 어떨까?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가며 남기는 수많은 디지털 발자국들, 학습 이력, 감정의 변화, 건강 상태, 식습관, 그리고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 들었던 음악과 이야기들. 이 모든 ‘나의 서사(Narrative)’는 훗날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 나를 나답게 지켜주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멀지 않은 미래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본다. 노년의 어느 날, 거동이 불편해지고 기억이 흐릿해진 나를 돌보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내 과거를 모른 채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낯선 요양보호사’일까, 아니면 나의 70년 인생을 완벽히 학습한 ‘AI 파트너’일까?
이 AI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니 관절이 아프시겠네요, 따뜻한 차를 준비할까요?” 라며 내 몸의 변화를 예측하고, 내가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알아서 걸러내며, 불안할 때면 젊은 시절 가장 위로가 되었던 노래를 조용히 틀어준다. 심지어 내가 나 자신을 잊어버린 치매의 순간에도, “당신은 젊은시절 이런 멋진 일을 이루셨죠.” 라고 기억을 대신 꺼내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혈압과 맥박을 재는 의료 기기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맞춤형 돌봄’.
이것은 인간 요양보호사가 물리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오직 나의 데이터를 통해 가능한 케어의 새로운 형태다.
AI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가장 취약한 순간에 ‘존엄성(Dignity)’을 지켜주는동반자가 될 수 있다. 유년기에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수집된 데이터가, 노년기에는 나의 삶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헬스케어 파트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오늘날 치열하게 논의하는 데이터 윤리와 프라이버시 문제는 단순히 정보를 숨기느냐 공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 후, 우리는 어떤 존재에게,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라는 실존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AI, 그것은 두려운 감시자가 아니라, 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곁을 지킬 가장 완벽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14회차 주제는 ‘AI의 눈: 인간의 위조를 간파하다’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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