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여전히 내 아픔을 대할 줄 모른다_

누군가를 사랑하는 정도와는 별개로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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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말했다

너의 아픔을 읊었을 때 덜컥 느껴지는 무게감에

웬만한 사람은 다 떠나게 되어있다고

그 속에서도 남아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고


엄마는 말했다

아픔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답이 얻어질 때가 온다고


내가 가벼운 얘깃거리가 되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나답지 않게

누군가에게 덜컥 내 얘기를 쏟아낼 때가 있는데,

이런 부모님의 영향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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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고 있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때론 하기 싫은 말을 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다만 내가 걱정인 것은

끊임없이 내뱉어야 하는 아프다는 소리가

타인의 귀에 얼마나 지겨울까,

내게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사정이 있는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귀찮을까 하는

그런 구질구질한 마음들이었다


더 앞서 나가 내 아픔을 이해해 주는

지금 그들의 모습이 혹여 변하게 될 때

내가 받는 상처가 두렵다는 것,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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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내 아픔을 대할 줄 모른다


언젠가 바라던 건 딱 하나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설명할 수도, 말할 수도,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그런 부분에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참 많은 무언가를 바라던 시간들이 있었다


나도 어찌할 줄 모르는 내 아픔을 두고

어떻게 보면 전혀 관계없는 타인에게

그렇게 많은 다정과 적절한 관심을 말이다


지나치게 내 아픔에 빠져들어

가엾게 여기는 사람을 두고서는

내 우울한 면을 극대화시키는 사람이라 느꼈고


내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사람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못난 사람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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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엄마,

엄마와 참 많이 울고 참 많이 싸웠다


엄마와 마치 감정선이 연결되어

모든 생각들이 공유된다고 느낄 정도로

얘기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지만

또 제일 소통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다


엄마를 보고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정도와는 별개로

어떤 사람의 감정과 생각들의 온도가

완전히 비슷하기란 정말 어려운 거구나라는 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또 그에 반박할 여지조차 없는 관계이지만

엄마의 말들에 표정에

다른 누구에게 보다 많은 상처를 받았으며

서로 응어리 아닌 응어리가 항상 마음에 남아있다


엄마의 걱정 섞인 말들이

내겐 그저 상처로 남기도하고


나의 슬픈 상황들이

엄마에겐 슬픔보다

나에 대한 답답함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그런 순간을 자주 맞는다는 것,

어쩌면 그게 정말 슬픈 일이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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