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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Jun 17. 2022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2022) - 최봉수

'고전(古典)'의 내공

'고전(古典)' 내공

-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최봉수, <가디언>, 2022.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여 '일가의 말'을 이루고자 합니다."

("究天人之际 通古今之變 成一家之言.")

- 사마천, <보임안서>, BC.1C.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 <보임안서(報任安書)>에서 본인이 아버지 사마담에 이어 역사서 [사기]를 짓는 이유를 말한 대목이라고 한다.

기원전 1세기 한무제 시절에 흉노에 중과부적으로 항복한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가 억울하게 사형을 받았지만 궁형을 자처하면서까지 목숨을 보전한 이유가 [사기]를 완성하기 위함이고, [사기]를 지은 이유가 세상 이치를 깨달아 "일가의 말(一家之言)"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사마천은 토로했다.

[사기]는 중국역사의 족보를 세운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무제 당시에는 '정사'가 아니었다. 수세기 후 후한시대 반고의 [한서]는 전한의 단대사로서 왕명에 의해 유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룬 '정사'였던 반면, 사마천은 130권의 죽간의 원본은 명산 산속 깊이 보관하고 부본을 세간에 돌려 후세 성인군자들의 평가를 구해야 했다. 한나라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유학의 관점만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들의 입체적 삶을 <본기>와 <열전> 등에서 교차적으로 서술하면서 "과연 하늘의 도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사마천의 [사기]를 보고 당시의 절대권력자 한무제는 자신과 선왕의 본기를 폐기하라고 지시까지 했단다. 사마천이 살아서는 세상에 인정받아 '일가지언'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결국 사마천의 [사기]는 후세에 의해 중국 '25사'의 첫번째 '정사'로 인정받게 된다.

현재로서는 과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가로서 사마천만큼 '일가지언'을 이룬 사람을 꼽을 수가 없다.



김영사와 중앙M&B 등의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경영자를 지낸 최봉수 선생은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2022)에서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그리스 3대 비극',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 '플루타르크 [영웅전]', 동양의 '사마천 [사기]', '[열국지]', '[초한지]'와 [삼국지]'를 거쳐 고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본서기]'까지 동서양의 '고전(古典)' 13편을 통해 각 상황 속 사람들이 그려낸 '역사'를 읽어주고 있다. 원래 2020년에 나온 [내 맘대로 고전읽기]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한다.


내가 쓰고 있는 '내 맘대로 서평'과 비슷한 면이 있는 듯 하여 읽어보니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 내가 쫓고 넘어서야 할 모델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직접 읽으며 확인한 건데, 단순한 '서평' 수준을 넘어 해당 고전이 담고 있는 내용을 독자적이지만 보편적 인간군상을 묘사하고자 하는 탁월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석해 준다.


이 중 내가 읽은 것은 9가지다. 서양편의 '그리스 비극'과 '헤로도토스의 [역사]',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동양편의 '[일본서기]' 등 4가지를 뺀 나머지 9종의 고전들이다.



  대학 영문과 1학년  멋도 모르고 읽어제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딧세이] 필수과목 숙제라 역시 아무 생각없이 원고지에 필사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스무살 또는  언저리였던 우리 신입생들에게 영문과 필수교양과목인 '그리스-로마 신화' '성서' 가르치시던 이재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어떤 어려운 책이라도 그냥 끝까지 읽으라'   마디는 지금까지 내가 '고전' 읽는 주요한 방식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62


어쨌든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가 그리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없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이 우뇌가  발달하여 신들과 직접 대화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심리학자 줄리언 제인스의 주장을 감안하고 다시 읽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다시 찾아 읽을 열정까지는 없으니 호메로스의 글들은 제외하고 나중에 서평이든  비슷한 형식이든 나만의 글로 정리해 놓은  대략 아래의 7가지 정도다.



1. [그리스-로마 신화]

: 최봉수 선생은 창조와 투쟁의 반복을 통한 인류 진화의 보편적 이야기의 서양식 최초 전형으로 '그리스-로마 신화' 든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18


2. 플루타르크 [영웅전]

: 그리스와 로마를 통과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삶들의 '비교열전'이다. 원제가 '비교열전' 또는 '대비열전'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81


3. [사기]

: [사기] 집필 5백년  공자의 [춘추] 기리면서도 그를 넘어서려는 사마씨 가문의 '일가지언'이다. 사마천의 화두는 "과연 하늘의 도란 과연 무엇인가?"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36

https://brunch.co.kr/@beatrice1007/68


4. [열국지]

: 중국 고대 고사성어의 요람인 춘추전국시대 열국들과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출처는 주로 [사기] <열전> 공자의 [춘추], 좌구명의 [전국책] 등이며 명나라 시기 풍몽룡이 집대성한 [동주 열국지] 대표적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95


5. [초한지]

: 비루하지만 유연한 건달황제 유방과 진격의 천하장사인 뼛속무골 항우의 대전쟁이자 중국 '건곤일척' 영웅전의 전형을 토대로, 저자는 '전한 3' 소하-한신-장량 3인의 삶을 해석하고 있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30

https://brunch.co.kr/@beatrice1007/3


6. [삼국지]

: -- 삼국지라는 중국 고대사의 에필로그를 전조한 후한 시기 하진-원소-동탁의 삼자구도를 저자는 삼각구도의  원형으로 소개한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53

https://brunch.co.kr/@beatrice1007/92

https://brunch.co.kr/@beatrice1007/66


7. [삼국사기]

: 단재 신채호 선생의 평가와는 다르게 김부식은 사대주의 유학자라기 보다는 당시 기득권 전쟁에서 피아를 확실히 구분한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해석될  있다는데, 어쨌거나 [삼국사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정사' 역사서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59

https://brunch.co.kr/@beatrice1007/122


탁월한 저자에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나도  정도  수준의  맘대로 서평을   있을까?' 싶어 나름대로 톺아보았는데 춘추시대 오나라의 대장부 오자서의 말마따나 '아직  길은 멀기만 한데 해는 저물고(日暮途遠)' 있으니, 더욱 박차를 가해 '고전' 열심히 읽고 나의 '일가지언' 조금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 글쓰기로 이 세상에서 '일가지언'은 결국 이룰 수 없을지라도 난 어느덧 이미 사마천이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남고자 치욕을 무릅쓰고 궁형을 자처했던 나이인 '불혹(不惑)'의 끝줄 마흔아홉이고,

중국을 최초로 전국통일했던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자신이 닦은 고속도로로 전국 순행 중 급사한 나이이자 최봉수 선생의 이 책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2022)가 콕집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오십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온갖 조작 투성이로 보이는 [일본서기]와 영문과 다닌 덕에 대략 주워들은 '그리스 3대 비극'은 원전으로 읽을 마음이 아직은 눈꼽만치도 없다.

그러나, 오십줄에 들어설 즈음까지 서양 최초의 역사가라는 그리스 작가 헤로도토스의 [역사], 그리고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 및 에디스 해밀턴의 [Mythology]의 모티브가 된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두 고전은 꼭 읽고 '내 맘대로 서평'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봉수 선생만큼의 내공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고전'에 대한 '서평'을 앞으로 더 그럴듯하게 잘 써보겠다는 쉽지 않은 목표로 삼아서 말이다.


'고전(古典)'을 통해 인간 보편의 문제를 읽어내는 저자 최봉수 선생의 내공 또한,

그가 '화수분'으로 비유하는 '고전(古典)' 자체가 지니는 무한한 내공이 원천이다.


***


-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최봉수, <가디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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