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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08. 2018

[Part3] 환상 속의 행복, 그리고 지리멸렬한 현실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7.18(화) / 회사를 떠나고 180일 후.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짙은 화장에 도발적인 춤을 추던, 가장 화려한 삶을 살던 톱스타 이효리. 그리고 그의 곁을 나무처럼 지켜주는 이상순. 넓은 마당을 가진 그림같은 집.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요가를 하는 평화로운 결혼 생활.




사실 <효리네 민박> 첫 화가 방영되기도 전부터, 나는 속좁게도 고까운 마음이 들었다. <효리네 민박>을 포함해서 최근 '힐링예능' 이라 불리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누군들 복잡한 삶을 내려놓고 <삼시세끼>처럼 아름다운 시골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누군들 <윤식당>처럼 그림같은 휴양지에서, 가족같은 직원들과 소소하게 장사를 하고 물놀이를 하며 살고 싶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이효리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에서 '소박'하게 살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삶은 소박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큰 사치일 뿐이니까. 지켜야 할 것들은 너무 많고, 삶은 생존의 고단함에 잠식당하고 있으니까.


이런 삐죽삐죽 비뚤어진 마음으로 이효리가 출연한 각종 예능과 인터뷰를 지켜보는데, 놀랍게도 이효리는 내 마음을 읽은 듯이 이야기했다.


"저는 돈이 많으니까 이럴 수 있는 거에요."

"저희 부부를 보면서 왜 내 남편, 내 아내는 저렇게 해주지 못하는지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피곤한데,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있나요. 저희는 집에서 노니까 가능한 거에요."


노련한 탑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인지도 모르지만, 이효리의 그 '사이다'같은 말에, 내 삐죽한 마음은 누그러졌다.




화면에 비친 화려한 모습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그림일 뿐이라는 말. 화면 바깥의 현실은 누구에게나 팍팍하고 고달프다는 말. 이상하게 그것이 위로가 된다.


삶은 원래 힘든거야 라는 생각이,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의 고달픔을 보듬어주는 것 같다.


산다는 건 원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팍팍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것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아주 작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삶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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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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