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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14. 2018

[Part3] 내 머릿속의 지우개.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8.5(토) / 회사를 떠나고 198일 후.


오랜만에 회사 동기들을 만났다. 'A부서의 B부장이 이랬대, C부서의 D대리는 저랬대.' 회사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동기들의 입에서 줄줄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던 나는, 가끔 그들의 말을 가로막고 곰곰이 생각을 해야 했다. B 부장이 누구였더라?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어떤 관계였더라? 잊혀진 얼굴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더듬 복원한 후에야 나는 그 이야기들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은, 별 것도 아닌 일에 회사에서의 힘든 감정이 투사되었다. 힘든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갑자기 눈물을 쏟거나 난데없이 화를 내기도 했다. 영원히 그곳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몽을 꾸기도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은 빠르게 잊혀지나보다. 불과 반 년만에, 나는 더이상 그 곳이 잘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기억들은, 아득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희미하게 내 머릿속 한구석을 둥둥 떠다닌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나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박박 지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우개를 지워도 종이에 연필로 꾹 눌러쓴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나와 상관도 없는 회사 이야기에 이유없이 가슴이 조여오는 것 같은 이 기분도 그렇게 마음의 자국으로 남게 될까?


어쨋거나 나는, 현실과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재중인 <나의 똥같은 날들>의 Part 2, 회사생활 부분을 서둘러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의 기억이 완전히 잊혀지기 전에 말이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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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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