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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pr 02. 2018

[Part3] 대학 입시와 퇴직원. 새로운 시작.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8.1.25(목) / 회사를 떠나고 371일 후.



2017년 1월 20일, 1년 전 나는 바구니 하나에 소지품을 대강 정리해서 회사를 나서면서 일기를 썼다. 매거진 <나의 똥같은 날들>의 시작일이기도 했다. (☞글 보기)


'절대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나선 것이기는 했지만, 서류상 나는 퇴직이 아니라 1년 간의 무급 휴직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가서 퇴직원을 쓰고 왔다.


지겹도록 익숙한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사원증이 아니라 방문객 출입증을 찍는 기분이 낯설었다. 한편으로는 사무실의 숨막히는 분위기가 마치 어제 퇴근하고 오늘 출근한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익숙한 얼굴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1년 전 나는 내 계획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휴직을 했었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은 나의 새로운 진로를 듣고 깜짝 놀랐다. 퇴사를 하기 위한 휴직임은 모두가 짐작하고 있었지만, 약대나 로스쿨, 대학원 정도를 추측했다고 한다.


부럽다, 대단하다, 용기가 멋지다는 칭찬과 격려의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짜식, 인생 편하게 살려고 하네." 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건 틀린 말이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열변을 토하고 싶었지만, 저 사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의 긴- 근무시간을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하는 마음으로 흘려듣기로 했다.


퇴직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서류에 서명을 하고 나왔다. 정말로 끝이구나. 건물을 나서서 뒤를 돌아봤다. 지난 시간들이 뒤죽박죽 떠올랐다.


누군가 그냥 인삿말처럼 '시원섭섭하겠네' 라고 물었다. 나는 농담처럼 '시원섭섭이 아니고, 그냥 시원시원 하기만 해요.'라고 답했다. 진심이었다.




얼마 전 수능시험을 봤고, 점수에 맞추어 가나다군 3개 대학에 원서를 제출했다. 합격여부를 모두 확인하고 퇴직원에 도장을 찍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휴직은 딱 1년 뿐이었고 나는 작년 1월말에 휴직을 했으니 올해 1월말이 되기 전에 퇴직의사를 알려야 했다.


1년 더 공부를 할 수는 없었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스물아홉살의 수험생. 나는 내 수능점수로 비교적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학교에 지원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합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입 면접을 보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퇴직원을 쓰는 그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연말 연시가 되면 늘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나 혼자서 늘 지키고 있는 작은 의식이다. 그런데 올해는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무언가 꽉 막힌 기분이라 그걸 하지 못했다.


정말로 퇴직원에 도장을 찍고 난 지금에서야, 나의 진짜 '새로운 해'가 시작된 기분이다. 늦은 새해 계획을 세워야겠다. 나의 늦은 새출발을 기념해야겠다.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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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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