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7.1.1(일) / 회사를 떠나기 19일 전.
새 해 첫 날이 저물고 있다. 나는 스물아홉, 어느덧 서른을 코앞에 둔 진짜 어른이 되어버렸다.
나는 새해가 돌아오면 혼자만의 의식처럼, 지난 기록들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의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그간의 일기를 쭉 넘겨보니 2016년은 상처투성이인 한 해였다.
신우신염 때문에 한밤중에 열이 40도까지 올라, 혼자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갔었다. 여행을 갔다가 바늘로 눈을 찌르는 것 같이 아파서 또 응급실에 갔는데, 알고보니 각막에 상처가 크게 나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았다.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 습관처럼 맥주를 몇 캔 들이켜야 잠들 수 있었고, 해가 뜨면 커피를 입에 달고 살며 정신을 겨우 붙잡았다. (커피는 끼니마다 한 잔씩 총 3잔이 기본, 그리고도 모자라면 저녁에 한 잔을 더 마셨다.)
격동의 한 해였다. 지긋지긋하고 지옥같은 나날들이 지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는 목표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1년 전, 2016년이 시작하던 날 계획한 대로 틈틈이 중국어 공부를 해서 목표한 등급을 땄다. 브런치에 (별볼일 없지만) 영화와 책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남들이 보는 어딘가에 꾸준히 글을 게재하겠다는 목표도 나름대로 이룬 것 같다.
사실 11월이 다 가도록 한 가지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운전 배우기. 그런데 한달여 전 쯤, 남자친구가 작은 중고차를 사자고 제안했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는 까맣게 잊고 있던 나는, 갑자기 웬 차를 사냐고 되물었다. 남자친구는 내 새해계획에 쓰여있던 '운전배우기'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걸 본인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좋은 값에 나온 중고차를 알아보고 구매했고, 인적이 뜸한 시골길에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자주 다니는 출퇴근길까지, 화 한 번 내지 않고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2016년에 내가 이룬 목표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고, 그래서 가장 뿌듯하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16년을 뒤로 하고 새 해가 밝았다. 그저 새해 인사로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내게는 정말로 "지난 일을 보내고 새로운 일들을 맞이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아주 큰 결심을 두 가지나 했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앞으로 많은 새해를 함께 맞이하기를 약속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직업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2017년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의 행복을 한 땀 한 땀 일구어가는 밑거름 같은 한 해가 되기를.
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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