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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Dec 29. 2017

[Part2] 진짜로 정말로 탈출할거야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6.12.2(금) / 회사를 떠나기 49일 전.


내년 1월이면 입사한 지 만 3년이 된다. 사실 나는 3년 전 이 회사의 합격 소식에 눈물을 흘렸었다. 꽉 찬 나이에 취업준비를 하던 내게 이 회사는 사실상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카드였기 때문에.


취업난으로 모두가 아우성이다. 특히 문과생에겐 더더욱.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만큼 취업의 문은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직 만 3년을 넘긴 내년 1월 즈음 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


많은 생각이 나를 스쳐간다. 나는 이 많은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3년간, 견디기 힘든 순간마다 나는 술에 취해 눈물에 취해 토하듯이 남겨둔 일기들을 포함해서.

*(그래서 저는 브런치에 '나의 똥같은 날들'이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취준생/직장인/퇴사이후 의 삶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서는 부장부터 사원까지 포함해서 20명이 채 못 된다. 차부장급을 빼고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만 치자면 10명에서 15명 남짓한 작은 조직이다. 그런데 나는 회사를 다니는 지난 3년간 이 조직을 떠나는 사원대리급 선배를 4명이나 보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6개월에 한 명씩 꼬박꼬박 이 조직을 떠났다. 어떤 이들은 퇴사해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고, 어떤 이들은 관련 직종으로 이직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상관없다"며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가기도 했다.


내가 부서에 처음 왔을 때에도, 나의 신입사원 환영회는 퇴사를 앞둔 선배의 송별회를 겸한 자리였다. 파릇파릇한 신입사원의 눈에는 그 선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특이하네, 왜 굳이 퇴사를..?'이라는 생각을아주 잠깐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그 선배들만큼 회사를 겪어보니 그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간다.




나는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신입 사원 배치에 관여하고 있다. 매 해 어떤 신입사원을 우리 쪽으로 배치시켰는지에 대해 내 상사들이 내게 피드백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조직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다.


내 상사들은 소위 '잘난'애들은 콧대가 높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부족해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그래서 내게 우직하게 일할 수 있는 적당한 스펙의 남자사원을 데려오라고 주문한다. 나는 겉으로 네네 하면서도 그것이 너무나 우습게 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잘난'애들이 로열티나 끈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그저 더 나은 대안이 존재하는 것 뿐이다. 이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면, 우수한 인력들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좋은 학교 출신, 높은 어학 실력이 우수한 인력이 맞느냐는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적어도 선택지가 좀 더 넓은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이 조직에 적응하고 노력해서 성과를 이룰 만한 내부적인 이유가 있어야지, 불만이 있어도 멋대로 나가지 못할 사람을 데려오라고 내게 주문하는 것은, 이 조직의 못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너무나 슬프고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나 자신은, 갈 곳이 없어서 이 부조리와 부당한 대우에도 꾸역꾸역 남아있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명의 리더가 또라이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책임자들에게 그 리더를 몸바쳐 막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 각자에게도 밥줄이 달린 일일테니까.


그러나 적어도, 리더의 말도 안되는 지시에 따르는 '척' 할 수 밖에 없다면, 자기의 부하직원들에게는 "리더가 막무가내여서 어쩔 수가 없다. 뜻을 꺾지 못해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향으로 헤쳐나가보자"는 태도 정도는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부서장은 또라였고, 그 아래에 있던 간부들은 몸바쳐 그를 모셨다. 내 부서장은 술자리마다 나를 데리고 가서 옆에 앉혀두고 만지고 술을 먹이고 예뻐(??)했다. 그리고 간부들은 그 장면들을 뻔히 보면서도, 그것을 막기는 커녕 "부서장이 너를 좋아하시잖아"라고 말하며, 매번 술자리에 데려가 그사람 옆에 앉혀 놓았다. 그러지 않으면 부서장의 기분이 나빠지고, 그러면 자기들이 괜한 고생을 하니까.

*(이것에 대해서는 브런치의 책리뷰 중에 자세히 밝힌 바가 있습니다 ttps://brunch.co.kr/@beautipo/27 )


물론 가장 나쁜 사람은 부서장이다. 그러나 내가 퇴사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사실 그 아래에 있는 간부들과 선배들 때문이었다. 부서장이 또라이인 것은 맞다. 그러면 부서장이 나가고 나면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대하는 부서 선배들의 태도를 보며 나는, 한 명의 또라이가 나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 조직의 문제구나. 윗사람이 목숨줄을 쥐고 흔드니, 똥을 된장이라고 하면 그 똥을 찍어 먹는 시늉을 하는 사람들로만 가득찬 거구나.


나는 먹고사니즘을 이유로, 원래 다 그런거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이 조직의 지독한 부조리와 비합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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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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