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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pr 02. 2018

[Part3] 김칫국 한사발. 글쓰기를 향한 꿈.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8.1.19(금) / 회사를 떠나고 365일 후.



이건 일기를 써야겠다! 이건 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얼마 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를 읽고 브런치에 리뷰를 썼었다. (☞리뷰 보기)


글을 올린지 일주일도 더 지나서 갑자기 조회수가 급등하길래 어리둥절했는데, 알고보니 책을 쓴 장수연 작가가 본인의 SNS에 내 리뷰를 공유한 것이었다. 


책 홍보를 위해 으레 있는 팬서비스(?)겠거니 했는데, 그 페이스북에 공유된 책 리뷰는 내 글 하나 뿐이었다. "이 글은 뭔가 좀 특별히 감사한 마음"이라는 작가의 평에 나는 무지무지 신나고 설렜다.




작가도 나처럼 그냥 사람일 뿐이니 뭐 대단한 일이겠냐마는, 나는 그 일이 너무 뿌듯하고 기뻐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고 나의 SNS에 재공유를 하고 난리였다.


단지 작가의 인정(?)을 받아서는 아니었다. 안정적인 수입을 주던 회사를 떠나며 결심했던 것들, 나는 생각하고 읽고 쓰는 걸 잘하니까 그걸 열심히 해보자는 그 결심에 확신이 아주 조금 더해진 것 같아서 그게 기뻤다.


그래, 아주 특별난 재능은 아니지만 어쨋든 난 뭔가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을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하는구나. 그걸 누군가는 알아주는구나. 내가 얼토당토 않게 헛다리 짚는 것은 아니겠구나. 일종의 안도감이랄까, 뿌듯함이랄까.


비유하자면, 초등학생 때 주번 역할을 맡아 교실청소를 하고 나서 선생님께 '칠판을 참 깨끗하게 잘 닦았구나', 처럼 사소한 일로 칭찬받은 기분이다. 사소하지만 기쁘고 뿌듯한 기분. 무슨 경시대회에서 대단한 상을 타서 칭찬받은 것보다는 훨씬 작은 일이지만, 그 작은 일을 누군가 알아준 것이 감사한 그런 기분.




아무 자기계발 서적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써있는 뻔한 말이겠지만 나는 목표의 힘을 새삼 느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것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걸음마를 떼면서부터였다. 뭐라도 써야지 써야지 마음만 있다가 '영화, 책 리뷰 남기기'를 새해 계획에 포함시키고,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고,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꾸준히 뭔가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2013년. 


그리고 티스토리의 글을 모아서 브런치 작가심사에 통과한 것이 2016년의 일이었다. 2018년에는 퇴사일기 <나의 똥같은 날들>을 비롯해 여러 개의 테마로 제법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아주 느리지만, 아마추어라는 이름도 과분할 정도이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글쓰기를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뭔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내 리뷰가 공유된 작가님의 SNS를 100번쯤 다시 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김칫국을 잔뜩 마셔보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들뜬 마음을 애써 달래며, 아주 소심하고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회사를 떠난지 정확히 365일만의 일이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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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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