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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r 27. 2018

[Part3] 다시 없을 겨울, 낭만적인 혼자여행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8.1.9(화) / 회사를 떠나고 355일 후.


- 군산 가는 기차 안에서 쓴 일기 -



1년간 준비한 수능시험을 끝냈다. 점수에 맞는 대학을 골라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봐야 하니 아직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콧바람 쐬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했다.


여행장소를 물색하다가 군산에 '화담여관'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발견했다. 사실은 화담여관의 공식 SNS 계정에서 언젠가 '퇴사자들의 성지'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날의 게스트들이 우연히 모두 퇴사자였던 모양이다.) 나도 내로라하는(?) 퇴사자로서, 퇴사자들의 성지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때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꽤 즐겼다. 이후에 게스트하우스 파티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대학생 내일러들에게 제2의 클럽 비스무리하게 만남의 장소가 된 것 같아 한동안 발길을 끊었었다. 그런데 스스로 '여관'이라는 간판을 단 화담여관은 달라보였다.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는 교류의 공간인 것처럼 보였다. 단지 SNS에 올라온 사진과 코멘트 몇 개로 판단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짝꿍에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그는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당신의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겨울이잖아. 유부녀가 아닌 싱글로, 직장인도 학생도 아닌 상태로,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겨울. 그러니까 이번 겨울동안 근교에 좋은 곳 있으면 시간 될 때마다 노트북이랑 책 몇 권 챙겨가서 글도 쓰고 힐링도 해."


어쩜 여행가고싶은 내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읽어낼까. 지낼수록 참 감사한 사람이다.




눈이 많이 온다. 당초에는 차를 가지고 올 생각이었지만, 하필 내가 여행을 가기로 한 날에 폭설이 시작되었다.  겁이 많은 나는 차를 놓고 바로 기차표를 끊어 몸을 실었다.


1년 전 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바리바리 가방을 메고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무궁화호가 느리게 철컹철컹 달린다. 출발할 때 서울은 눈이 그치고 다 녹은 후였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창밖에 눈발이 흩날리고 나뭇가지마다 눈이 잔뜩 쌓여있다.


내게 다시 없을 겨울, 낭만적인 혼자여행이 될 것 같아 두근거린다.


1년 간의 방황, 자유, 신선놀음도 이제 끝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조용히, 그리고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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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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