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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r 20. 2018

[Part3] 서른의 길목에 서있던 겨울 밤.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12.19(화) / 회사를 떠나고 334일 후.



며칠 전 지인들을 만났다. 이십대 초반, 고시촌의 싸구려 노래방에서 추가 서비스시간을 무한정으로 받으며 밤새 기를 쓰고 놀던 친구들이었다. 나이가 든 우리들은 각자 일이 끝나고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겨우 만나, 고-오급 와인 두어잔을 마시며 숨가쁘게 근황을 나누었다. 


우리는 20대의 끝자락과 30대의 처음에 걸쳐있었다. 그날의 화제는 우리의 '나이들어감'이었다. 이십대 초반, 선배들을 향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느냐, 불합리하다"고 핏대를 세우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우리들이 그 '선배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새엔가 우리는, 어느 직장에서든 실무를 담당하고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나이가 되었다. 더 이상 누구를 욕할 수 없어졌다. 외려 우리가 행동하고, 우리가 바꿔나가고, 삶의 투쟁의 맨 앞줄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아랫세대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변화의 물결이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를 지나쳐 있었다. 아직 완전히 소외되었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어느새 '아재'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허겁지겁 소화하고 '따라가야 하는' 기성세대에 편입된 것이다.


나도 지인들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아름답게 늙어가자고 다짐했다.


스스로 '꼰대'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늘 깨어있는 삶을 살자고. 윗세대의 삶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 시대에 어쩔 수 없었던 부조리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되, 그것을 답습하지 말자고. 아랫세대의 열정을 단순한 젊은 치기로 매도하지 말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자고.


우리는 곱게 늙자고 다짐했다.


출렁이던 스물아홉을 뒤로 하고 30대의 길목에 서기 직전의 겨울 밤이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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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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