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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09. 2017

[Part1] 여름방학 인턴십, 행운의 고생길

[Part 1 : 낙관적 운명론자, 취업준비생의 일기]

2013.6.17(월) / 회사를 떠나기 1313일 전.


한 회사의 여름 인턴십에 합격 전화를 받았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업계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영업직이었다. 어쨋든 나는 어딘가에서 인턴을 했다는 경험이 필요했고, 마지막 남은 이 회사의 합격 소식이 가뭄의 단비처럼 기뻤다.



취업도 연애랑 똑같은 것 같다.


째, 내가 간절히 바라는 이는 나를 원하지 않고, 내가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는 나를 간절히 원한다.


둘째, 어디에서든 첫 경력을 쌓아야 할텐데, 대부분은 나의 능력과 매력을 증명할 경력이 이미 있기를 원한다.


셋째, 나의 솔직한 모습을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면 잘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꾸밈없이 밑바닥까지 보여줘 버리면 잘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인턴십을 하게 된 회사는, 면접 후 예감이 왠지 좋았다. 합격의 예감이라기보다는 후회없이 나를 보여주고 나온 느낌이 들어서 상쾌하고 뿌듯했다.


면접은 1대多 형식이었는데, 내 이력서를 보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면접에 들어와서 각자 질문을 하는 방식이었다. 나중에 다른 지원자들에게 듣기로는 면접관이 한 명인 사람도 있고 두 명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 지원자에게 관심이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부서에서 나와 면접을 보는 채용 절차가 나에게는 굉장히 파격적이고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분위기가 꽤 편안해서, 나는 가끔 제 흥에 취해 신이 났다. 그래서 비격식적인 언어가 마구 튀어나오기도 했다. 면접인데, 예쁘게 무릎위에 손을 올리고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아나운서처럼 말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야 들었다.


취업한 선배들이 면접에 대해 한결같이 해주신 조언은, 겸손하지만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것, 그리고 거짓말 하지 말 것. 거짓말은 다 들통이 나고, 들통이 나지 않아 합격하더라도 나와 맞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있는 것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라는 것.


그게 참 어렵다. 연애와의 공통점 하나 추가. '간절히 바라지만 쿨한 태도를 유지할 것.' 간절히 바라는데 어떻게 쿨할 수가 있지? 참 어렵다. 간절히 바랄수록 사람은 찌질해지기 마련이고, 간절히 바랄수록 그것을 위해 무엇이라도 포기할 수 있게 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번 면접에서는 그것을 잘 했던 것 같다. 관상학 운운하며 실없는 농담으로 자기소개를 열면서 면접관들을 피식 웃게 했고,  학점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솔직히 학교 공부보다 과외해서 돈 버는게 더 재밌었습니다' 라고 쿨하게 고백해 버렸다.


나와 함께 면접을 본 이들은 붙었을까? 궁금하고 설렌다. 드디어 회사 생활이라는 것을 엿보게 되었구나. 내가 자진해서 선택한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이겨내고 싶다. 징징대지 않기, 주저앉지 않기, 기쁘고 즐겁게, 평소의 나처럼 팔랑팔랑 나풀나풀 새로운 고생길에 접어들어야지.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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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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