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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13. 2017

[Part1] <빅픽처>, 일탈을 꿈꾸다

[Part 1 : 낙관적 운명론자, 취업준비생의 일기]

2013.6.24(월) / 회사를 떠나기 1306일 전.



누구나 한 번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꾼다. 소설<빅픽처>의 주인공 벤도 그렇다. 번듯한 변호사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서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평범한 인생을 성취한 벤. 그러나 그는 지루하고 팍팍한 직장생활, 신경질적인 아내와 빽빽 울어대는 두 아이에 시달리며 푹 삶은 야채처럼 축축 늘어져있다. 그러면서 벤은 한편으로는 어릴 적 포기한 사진작가의 길을 꿈꾼다. 과거에 아버지의 반대로 가지 못했던 길이다. 지리멸렬한 쳇바퀴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과, 현실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비겁함 사이의 줄다리기.


하지만 벤이 십수년전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서 변호사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사진작가가 되는 길을 과감하게 선택한다면 과연 현재의 삶에 후회하지 않았을까? 최신 카메라 장비 하나를 사기 위해 못 먹고 못 입어가며 통장 잔고를 헤아리고 또 헤아리는 삶, 그 고단함에 진이 빠져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벤은 우연한 계기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진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소설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에 또다시 익숙해진 어느 날엔가, 문득 멀리 떠나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벤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환상이란 건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쪽을 택하든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가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미련과 환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이 늘 그렇게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을 삼켜내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꾸만 자꾸만 도망치고, 도망쳐 나온 곳에서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의 도망을 꿈꾸는 벤의 모습이 꼭 나의 모습 같다. 나도 지금, 어떤 시간들을 삼켜내며 견디고 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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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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