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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Feb 16. 2017

[Part1] 미생 체험기, 설렘과 긴장과 흥분.

[Part 1 : 낙관적 운명론자, 취업준비생의 일기]

2013.7.5(금) / 회사를 떠나기 1295일 전.


인턴십 시작한 지 고작 5일째인데,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업무 지시를 받고 일하고 보고하고 피드백 받고 다시 일하고 보고하고 불려다니고, 지나가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밥을 먹다보면 저녁 여섯시, 일곱시가 된다. 할 일이 많아서 내내 야근을 하고, 심지어 밤을 샌 날도 있다.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딱히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내 모든 시간이 출근과 퇴근을 기준으로 구획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출근과 퇴근 사이의 휴지기인 것 같달까. 일찍 퇴근하고 들어와도 이런 신변잡기식의 글조차 쓰지 못할 만큼 뇌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 경험하는 '직장'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업무보다도 소위 '사회생활'이 가장 걱정이었다. 직장에서의 예의나 관습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많고, 매 순간 알쏭달쏭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선배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환경에도 적응이 되면서 조금 편안해지고 있다. 다들 어린아이 대하듯 잘 해주시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되 진심으로 즐겁게 인턴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학생 때 직장인 선배들의 생활을 듣고 있자면, 저런 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나도 그럭저럭 하게 되더라. 새벽 두 시에 자고 여섯시에 벌떡 일어나서 출근을 하다니.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척' 의 연속이다. 머리에 물기만 대강 털고 민낯으로 허겁지겁 출근 버스를 타지만, 버스 안에서 모든 변장을 마치고 회사 앞에서는 단정한 직장인인 '척'을 한다. 두 시간을 잤든 삼십분밖에 못 잤든, 피곤해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속상해도 얼굴을 구기면 안되고, 괜찮은 척의 연속이다. 늘상 물 아래에서 파닥파닥 해야 수면 위에서라도 우아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싫거나 힘들기보다는 신기하고 생경하다.


회사에서 만난 같은 학교 선배에게 듣기로는, 회사에서 우리학교 졸업생들, 특히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힘들면 금방 그만 둔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란다. 나는 면접에서 헝그리정신, 간절함 같은 걸 강조해서 그걸 좋게 보셨다고 했다. 이건 '척'이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정말로 간절하다. 경력도 없고 나이만 꽉 찬, 내세울 것 없는 비상경계 여자가 취업에 간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턴이지만 명함도 나왔고, 랩탑과 회사 인트라넷 아이디도 나왔다. 진짜 뭔가 된 듯한 기분에 설렌다. 두 달간 잘 해봐야지. 간절하지만 당당하게! 열정적이지만 차분하게! 받고 있는 기대와 사랑만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싶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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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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