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iPo Feb 26. 2017

[Part1] 일각여삼추, 빛나는 미래를 위한 적막

[Part 1 : 낙관적 운명론자, 취업준비생의 일기]

2013.10.5(토) / 회사를 떠나기 1203일 전.


지원했던 기업들의 서류 전형에 모두 탈락해 인적성을 보지 못한, 개천절을 낀 긴 연휴 중의 토요일.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엔, 여의도 불꽃축제와 부산 국제영화제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로 온통 가득 차있다. 다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것들인데, 그것들 중 몇개는 가기로 했었거나 지난 해까지는 매년 갔었던 것들인데. 나는 헤아리다 잊어버리고 만 '서류 몇연패'만을 껴안고 자취방에 누워 SNS를 새로고침 하고 있다.


외롭다. 나 혼자만 진공 속에 갇혀있는 것 같다. SNS라는 것이 원래 각자의 가장 달콤한 순간만을 모아놓은 것임을 알면서도, 자라섬에도 부산에도 여의도에도 내가 없다는 걸, 나만 없다는 걸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굉장한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숨을 한껏 들이쉬고 잠수를 한 것처럼, 내 시간만 멈춰있는 기분이 든다. 물 밖으로 어른어른,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들이 지나간다. 숨을 참고 있는 나에게만 일각이 여삼추다. 그 지독한 적막과 고립감.


엇그제 집에 가서 가족들과 삼겹살을 먹고 오지 않았더라면 더 차가운 가을밤이 될 뻔 했다.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먹고, 엄마가 챙겨준 겨울 옷이며 간식거리를 챙겨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웬일로 현관문까지 따라 나선다. 대학에 가고 나서는 없던 일이었다. 타지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딸래미가 걱정되면서도 그걸 장난스러움으로 포장하려는 엄마 특유의 말투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났다. 딱 고3때 기숙사로 돌아가던 그 풍경, 그 감정이었다.


나는 이 시간도 잘 이겨낼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시련으로 느껴지는 이 시간이, 사실은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저 돌아보면 추억이 될 스물 다섯의 한 장면일 것이다.


얼마 전 교양 체육수업 시간에 스쿼트, 암컬, 싯업, 벤치프레스를 했다. 자신이 최대로 들 수 있는 무게를 찾는 '1RM' 측정을 했다. 생활체육을 즐기기는 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나는 다른 여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 남학생들 중 하위 그룹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전반적인 체력이 뛰어났다. 그래, 나는 내 생각보다 더 강하다니까!!


운동을 하면 늘 마지막 한두개가 문제다. 근육이 터질 것처럼 팽팽해지면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 이를 악물면 꼭 거기에서 몇 개는 더 할 수 있다. '하나만 더' 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된다. 지금이 내게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악물면 몇 개월은 가뿐히 더 버틸 수 있다. 알싸한 근육통이 아름다운 몸매를 예고하는 기분좋은 신호이듯이, 지금의 힘든 마음도 빛나는 미래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 이전 편 보기

☞ 다음 편 보기



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https://www.instagram.com/beautipo_official/


매거진의 이전글 [Part 1] 와르르, 깨진 유리병처럼 부서져 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