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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ug 08. 2017

[Part 2] 설렘은 두려움의 착한 얼굴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6.02.15(월) / 회사를 떠나기 340일 전.


비행기 안에서 끄적이는 일기.



입사 만 2년만에 맞는 첫 해외출장이자, 내 인생 첫 미국행이다. 갑자기 출장이 결정되고, 나는 급히 미국 비자를 신청하고 국제면허증을 만들어야 했다.  


첫 출장이다. 게다가 동행하는 유관부서의 담당자들을 총 지휘해야 하는 담당자였다. 부담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출장 준비로 몇 주 동안 야근에 시달렸다. 업무는 바퀴벌레처럼, 해치워도 해치워도 자꾸만 늘어났다. 비행기를 타는 일요일 오전까지도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고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입사 이래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들뜨기도 했다. 계속된 야근에 몸은 지쳤지만, 드물게도 적어도 내가 '필요해서' '자진해서' 한 야근이었다.


내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무언가를 맡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늘 누군가 따라다니며 도와줘야 하는 아장아장 신입사원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청소년(?) 정도로 성장한 기분이랄까.


지긋지긋했던 회사에 좁쌀만큼의 애정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역시 내 삶을 이끄는 것은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인가보다. 아무개보다 몇 푼 많은 월급, 꽤 많은 곳에서 임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복지 같은 것들보다 훨씬 더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를 움직이게 한다.


'처음'은 늘 설렌다. 그리고 설렘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한다. 동반한다기보다도, 설렘은 사실 두려움의 착한 얼굴인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두려움은 설렘의 뒤에 숨어있는 나쁜 이면이다. 동전의 앞뒤처럼 말이다.


모르니까 설레고 모르니까 두렵다. 미국으로 가는 이 비행기 안에서, 나는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두려움은 꿀꺽 삼키고, 설렘을 앞세워 첫 미션을 잘 해치워보자.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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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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