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6.04.03(일) / 회사를 떠나기 292일 전.
지인이 책을 냈다. <단어따라, 어원따라, 세계문화산책>이라는 긴 제목의 책. 지인의 책이기도 했지만, 언어 덕후인 내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단어에 담긴 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들, 또는 특정 문화적 현상으로 인해 생긴 단어에 대한 이야기들.
나는 첫 해외여행을 워크캠프로 시작했다. 각국에서 모인 열다섯명의 청년들이 함께 먹고 자면서 문화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이 내 해외여행의 전형이 되어버렸다. 직장인이 되어 번듯한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된 지금도,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길에 만나는 인연들이 여행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여행들에서, 내가 외국인 친구들과 즐겁게 먹고 마시고 놀고 수다떨면서 나누던 이야기들이 책에 실려 있었다.
"영어에서는 놀라면 Oh my god!하고 신을 찾지? 한국말에서는 '엄마야!'라고 하는데, mommy를 부르는 거야. 웃기지?" 라는 내 말에, 한 러시아 친구는 "우와, 우리도 엄마를 불러. '맘미스키!'라고 외치는데! 신기하다!" 라고 답했다. 우리는 함께 웃었고, 나는 그 친구에게 Korean Alphabet을 가르쳐주었다. 한국말은 어렵지만, 똑똑했던 그 친구는 한글의 원리는 30분만에 배워갔다. 각 문화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신기하고 신나고 가슴뛰던 경험들.
<단어따라, 어원따라, 세계문화산책>을 읽으며 문득, 고등학교 때의 꿈이 생각났다. 고3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나 외국어에 대한 갈망과 관심이 크다는 것을 그 때는 왜 무시했을까?
이루지 못한, 정확히 말하자면 시도해 본 적 없었던 꿈이 다시 생각났다. 그러나 결국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책의 저자가 존경스럽기도 했다. 잘 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그것을 제 2의 업(業)으로 연결한 것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다. 특별한 계획도 없고 전략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블로그에 차곡차곡 글을 쌓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은 중구난방 일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냥 월급의 노예에 머무르지 않고, 직장생활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외연을 넓혀가고 싶다. 느리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동경하며 그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그곳에 다다르게 될까?
열여섯살의 나는, 서른살이 될 때까지 6개 국어를 배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른 살을 2년 남겨둔 나는 6개국어는 커녕, 겨우 영어 정도를 자유롭게 하는 정도이다. 그래도 늘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덕분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중국어와 스페인어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물여덟의 나는, 마흔살 쯤에는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주 막연하고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마흔 살 쯤에는 무엇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을 품고 산다면 무엇이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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