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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ug 13. 2017

[Part 2] 매일매일 오늘만 같다면!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6.05.05(목) / 회사를 떠나기 260일 전.



햇볕이 좋은 휴일. 가뭄에 단비같은 목요일의 휴일이다. 차도 없으면서 굳이 그늘막 하나와 은박 돗자리 하나를 영차영차 메고 지하철을 타고 한강변에 나와 누워있다.


햇볕 쐬며 맥주를 홀짝이다가, 까무룩 졸다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애기들을 구경하다가, 읽고 싶었던 책을 뒤적인다. 짝꿍은 옆에 누워서 야구 중계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또 야구를 보다가, 자꾸 군것질거리를 찾는다.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늘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은 월화수목금금금의 반복 끝에,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여유롭고 완벽한 빨간날의 오후가 찾아 왔다.


야근-회식-회식-야근으로 바스라지던 몸이 햇볕에 바짝 소독되는 기분이다. 야근-회식-회식에 찌들어버린 나와 찌들어버린 짝꿍은 작은 그늘막에 누워서 이야기했다.


매일매일이 오늘같으면 좋겠다!



우리의 오늘은 신선놀음인데, 현실은 무섭게 우리를 쫓아온다.


나도, 짝꿍도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다. 우리는 늘 소름끼치게 뒷통수를 찌르는 송곳같은 현실을 등 뒤에 두고 쫓기듯 달렸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결승선인 줄 알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물도 마시고 숨도 고를 수 있는 줄 알았다.


사실은 그것이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라는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매일이 오늘만 같기"가 얼마나 큰 사치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해가 졌다. 우리는 텐트를 주섬주섬 걷어 어깨에 메고 사람들의 찌든 냄새로 가득한 지하철을 탔다. 앉을 자리가 없다.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현실로 돌아왔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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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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