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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Aug 28. 2017

[Part 2] 내가 이상한걸까? 세상이 이상한걸까?

[Part 2 : 미친여자 널뛰기 하듯, 요동치는 직장생활]

2016.05.30(월) / 회사를 떠나기 235일 전.



작은 침대, 그리고 수납 공간도 없으면서 수집벽처럼 사들인 책들이 고물상처럼 한켠에 쌓여있는 회사앞 원룸. 퇴근해 돌아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구겨놓고 침대에 가만히 누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특별히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출근을 해서 내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맙소사 아직 월요일이 지나갔을 뿐이라니.


나도 불과 수 년 전에는 취업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갈아서 바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회사보다 훨씬 못한 곳에도 지원서를 내고, 하루하루 합격과 불합격 소식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취준생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생전 없었던 몇가지 사소한 만성질환을 '스트레스성'으로 얻고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꾸역꾸역 월급을 받아내는 직장인이 되었다. '여긴 전쟁이지만 나가면 지옥'이라는 선배들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매일매일 '보통의 우울'을 견뎌내고 있다.


어느 날에는 화가 났고, 어느 날에는 퇴근길에서부터 엉엉 울었다. 어느 날에는 작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출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틈이 나면 부서의 선후배들과, 회사의 친한 동기들과 모여, 카페인을 들이키며 하루를 견딜 긴장을 끌어모았고 알코올을 들이키며 하루의 긴장을 아무렇게나 풀어놓았다.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늘 누가누가 힘든가, 누가누가 더 짜증나나 경쟁하듯 불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가만히 누워 흰 천장에 떠오르는 아지랑이를 세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나만 그런거야? 내가 이상한거야?


나만 이렇게 못견디게 힘든걸까? 아니면 '평범한' 어른이 된다는 건 원래 이 정도의 우울과 절망은 꿀꺽 삼켜야 하는걸까? 모두가 이렇게 영혼을 조각조각 내어 하루에 한 조각씩 팔아 그날의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있는 걸까?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죽겠다 죽겠다 하며 일을 하고 있는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정말로 죽을 만큼 힘든 것인지, 그저 습관이 된 평범한 불평인지, 아니면 죽을 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참아야 할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결핍과 증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느 불우이웃 돕기 사연에 등장할 만큼 불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느 강연장에 서서 성공 스토리를 풀어놓을 만큼 성공하지도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와 같은 친구들의 이야기 말이다.


언젠가 그런 평범하고 고달프고 사소한 이야기를 모아 글을 써야겠다.




(물론 나는 그 이후에도 일상에 찌들어 있었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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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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