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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Me 김진세 Sep 18. 2023

정서를 조절하는 힘을 되찾아 온 나

BetterM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울면 선물을 안주는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에 캐럴송이 흐른다. 울면 안 돼_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도 그중 하나다. 생각 없이 듣던 노래지만 심리상담자가 되고 나니 가사가 참 흥미롭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s making a list He's checking it twice He's going to find out Who's naughty and nic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when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준다는 산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가사를 잘 보면 우는 아이는 나쁜 아이고 우는 것은 나쁜 짓이다. 그러니 울지 않아야 착한 아이가 된다.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조차 조심해야 한다. 이게 사실 아이에겐 얼마나 어이가 없는 가사인지 모른다. 영어가사는 더 심하다.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가 착한지 착하지 않은지 리스트를 만들어서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꼼꼼하게 점검까지 하고 있으니 빠져나갈 길이 없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은 유머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과연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들릴까? 울 수도 있고, 떼를 쓸 수도 있는 것이 아이인데,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든 부모는 우는 것을 '나쁜 짓'이라는 범주 안에 넣어버렸다.

    상담소에선 자신의 정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그들은 어린 시절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부모는 감정적인 것을 미성숙한 것이라며 혼을 냈다. 어떤 이는 부모에게 감정 필터를 주입당했다. 특정한 어떤 감정은 느끼고 표현해도 되나, 어떤 감정은 느껴서도 표현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배웠다. 또 어떤 사람은 감정의 볼륨 조절을 강요받았다. 그로 인해, 평생을 크게 웃으면 안 되고 많이 슬퍼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이렇게 자라다 보니 감정의 센서에 먼지가 잔뜩 끼어 작동을 잘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어떤 환경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두려워한다. 부정적 감정은 늘 '엄습하는 것'으로 또는 '압도당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는 그들에게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다.

    

정서조절

    정서는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정서를 모든 상황에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정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는 분노를 떠올릴 수 있다. 분노는 불의함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우리를 지키는 중요한 정서다.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내적 외적 경계를 지킬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은 자신의 품격과 친밀한 관계의 유지를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신과 타인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슬픔도 그 조절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하면 소위 애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부인하고 분노하고 혼란함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그 사건을 수용한다. 그런 슬픔의 단계를 경험하고 적응하는 단계를 거치며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그런데 슬픔을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 단계에 슬픔을 억누르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삶의 어느 시점에 그 억눌렸던 것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반면 너무 깊은 슬픔에 잠겨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일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럴 때 필요한 인간의 기본 기능 중 하나가 정서의 조절이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정서를 조절하는 것을 통해 우리 삶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그로스_James J. Gross 박사는 미국심리학회 강의에서 정서조절을 우리가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언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지에 영향을 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정서조절이 "감정이 발생하는 과정을 수정하기 위한 목표의 활성화로 정의되며,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을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감정이 어떤 상황을 경험하면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게 되고 그 상황을 해석한 후에 반응함을 통해 발생한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반응으로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고 다시 집중과 해석과 반응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계속 반복되어 이어진다.


여기서 그로스 박사는 감정 조절을 위한 개입방법을 풀어냈다.

상황_Situation 영역의 개입: 우리가 특정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다루기 위해 상황을 선택_Situation Selection 하거나 상황을 수정_Situation Modification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황선택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편안한 친구를 만나는 것,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엄마가 생각나는 어떤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상황수정은 친구와 대화 중 평소에 예민한 주제가 나왔을 때 다른 주제로 넘기는 것이다.

주의_Attention 영역의 개입: 정서의 조절을 위해 상황의 특정 측면에 주의를 집중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주의배치_Emotional Deployment를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캠핑장에 가다가 다른 운전자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해 화가 났을 때, 도착해서 할 즐거운 일들을 이야기하며 주의를 돌리려 애쓰는 것이다.

평가_Evaluation 영역의 개입: 특정한 감정의 반응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상황의 해석이나 의미를 수정하는 인지적 변화_Cognitive Change가 필요할 수 있다. 부정적 사건의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거나,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말하는 것마다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딸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 결혼해서 눌려 살지는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응_Response 영역의 개입: 마지막 단계에 가능한 개입은 드러나는 감정의 반응을 조절_Response Modulation 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 자제, 조절을 위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가 발생하는 것은 개인차가 있어서, 순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다양한 조절 전략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감정조절 워크시트

    감정의 조절을 연습하기 위해 다음의 연습을 해볼 수 있다. 그로스_Gross의 감정 조절 과정 모델의 각 단계 설명을 읽는다. 그 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생각해 본다. 각 감정 조절 단계를 사용할 수 있는 예시나 상황을 찾는다. 주어진 공간에 자신의 답변을 작성한다.


1. 상황 선택:

특정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환경에 머무른 상황 또는 특정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피했던 상황을 생각해 보기.

느끼고 싶은 감정: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선택할 수 있는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피하고 싶은 감정: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피해야 하는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상황 수정:

감정적 경험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환경이나 상황을 변경한 경험을 생각해 보기.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상황에서 내가 바꿨던 것/바꿀 수 있었던 것: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주의 배치:

의도적으로 특정 측면에 집중하여 감정 상태를 관리하거나 변화시킨 경험을 생각해 보기.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의를 집중하거나 돌렸던 경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 인지적 변화:

감정을 느끼는 것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거나 비합리적인 생각에 도전해서 합리적인 생각으로 대체한 상황을 생각해 보기.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가 한 긍정적 해석 또는 대체한 합리적 생각: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반응 조절:

특정 전략을 사용하여 감정 반응을 조절하거나 관리한 사례를 상기해 보세요.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상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가 사용했던 반응 조절 전략: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서조절은 우리의 성숙과 품격을 외부로 드러내는 도구다.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에 도움이 되며 결국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 감정 하나 내 맘대로 안 되는 불편한 현실은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정서를 완벽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감정부터 하나씩 시작하면 된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감정이 우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정을 허용하여 느끼고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내 감정을 마음대로 헤집고 흔들도록 방치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내 감정을 통제하는 힘을 외부에 빼앗겼다는 말과 같다. 그 상황과 타인에게 빼앗긴 힘을 다시 되찾아 오자. 내 감정의 주인은 나고, 그 감정은 나의 말을 따를 수 있다.


"슬픔이 내게 찾아왔고, 나는 그 슬픔을 허용했어."

"분노가 일었고, 나는 그것을 허락했어."




성장 그룹을 위한 나눔 질문

1.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들을 통해 감정을 겪는데 영향을 미쳤던 기억나는 경험을 나눠봅니다.

2. 자신이 잘 다루지 못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감정이 느껴질 때 주로 어떻게 반응하나요? 자신이 생각할 때 어떻게 다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요?

3. Gross 박사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워크시트를 작성한 후 아래의 질문을 나눠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느끼는 감정 조절의 단계는 무엇인가요?

어떤 감정 조절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또 다른 어떤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요?

누군가의 정서조절을 도와주고 싶다면 우리가 연습한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Emotion Regualtion with James J. Gross.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Yd6hR1qCf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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