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에 독일 초밥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기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 P양. 언제나 고마워. 압멜둥(거주지 등록 취소)은 내 스스로 힘으로 할게!
독일에 와서 바로 한 것 중에 하나가 알바다.
알바의 어원이 독일어 Arbeit에서 왔는데 진짜 Arbeit를 하게 되었다.
혹여나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일단은 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Kaufland라는 마트에 매장이 있는 초밥가게에 지원을 했다. 당연하지만 그 나라 언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아시아계 식당 정도가 있으면 다행인데 Weimar라는 작은 도시에 다행히도 초밥가게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직원이 나와 그 지점의 점장 사이에서 중계를 해주고 서류를 작성해 본사로 보내주었다. 첫 출근일은 12월 1일 오전 6시까지라는 문자를 받고 저녁 일찍 잠드는 연습을 했다. 구글맵에서 매장의 위치를 보면서 어떻게 가야 되는지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출근 당일. 독일의 겨울은 해가 아주 짧고 늦게 뜨기 때문에 어두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가로등도 적고 밝지 않아 더 어두웠는데 종종 보이는 빵가게와 카페 들만이 문을 열었다.(이후에 마트도 일찍 여는 걸 보고 정말 사람들이 근면성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자전거를 타고 구글맵이 가르쳐주는 데로 갔더니 웬 공동묘지가 나왔다. 구글 말로는 이 길로 쭉 뚫고 가면 매장이 나온단다.. 앞이 안 보여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조금씩 앞으로 갔으나 공동묘지의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역시 구글맵을 믿으면 안 된다) 자전거로 15분 거리이지만 초행길이라 넉넉잡아 5시 15분에 출발했는데 시간은 5시 45분이 되었다. 슬슬 땀도 나고 긴장이 되었다. 첫 출근부터 늦을까 봐. 그래서 공동묘지를 빠져나와 구글맵의 큰 도로를 보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새벽 5시에 차만 쌩쌩 달리고 빛도 없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시아인.. 지금 생각해도 나 정말 무모하고 대책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시간 맞춰 출근은 해야지! 초원에서 자전거로 달려 겨우 시간 맞춰 매장에 도착했다.
독일은 Probearbeit라는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습기간. 내가 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직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보다 언어가 안되니까 일단 마이너스 점수였다. 2명의 베트남 직원이 있었는데 둘은 영어를 할 줄 모르고 나는 독일어를 할 줄 몰랐다.(당연히 독일이니까 영어보다는 독일어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쌀을 씻고 밥을 만드는 것부터, 청소하는 법 등등 모든 것들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베트남 아저씨들. 나는 고맙고 미안해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 괜찮다는 베트남 아저씨들 말 안에는 조금 다른 마음들이 있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