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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고 비판적인 자기 평가의 힘-3

내일에 대한 긍정, 오늘에 대한 비판.

by 양벼락 May 14. 2024
내일에 대한 긍정, 오늘에 대한 비판.


나란 인간은 세상에 엄청난 업적을 남기기에는 모험심도 용기도 판단력도 부족하지만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말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긴 해. 그냥 그렇게 믿어지는 거 같아. 그 믿음은 사실 현재에 대한 긍정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 나는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마다 정말 나의 삶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그러니까 말 그대로 매일매일 그런 생각을 해. 인류 전 역사를 돌아봐도 지금처럼 부유한 때가 없었는데 심지어 내 영혼은 얼마나 로또를 맞았는지 이 부유한 시대에 또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터를 잡아서(조금만 더 북쪽에 자리 잡았어 봐, 끔찍하지) 언제든 이렇게 깨끗하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 사치를 부리는구나. 조선시대 왕도 나만큼 좋은 거 못 먹었을 것 같고, 과학기술이 너무 발달해준 덕분에 나 같은 서민도 차를 끌고 다닐 수 있어서 가고 싶은 곳 웬만하면 다 갈 수 있고, 아니 다 중저가이긴 하지만 옷도 도대체 몇 개야? 인터넷이 너무 발달해서 거의 무자본으로 시작했는데도 밥 벌어 먹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에 너무 감사해. 나는 진정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로 상위 0.00001%의 인간으로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조금만 더 노력해도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믿고, 그래서 내 미래는 너무 밝고 아름다울 거라고 믿어.


그렇지만 문제를 대할 때 만큼은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성격일 뿐인 거지.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것이고. 나의 이 긍정적인 현재의 유지와 더 긍정적일 미래의 도래를 위하다 보니 한 번 더 나와 엘디프를 점검하던 거였는데 육아를 핑계로, 내 마음의 일시적 안정을 위해서 내 장점을 억누르고 있었던 거야. 때로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보니 너무 멋지게 사업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쭈구리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어떤 점에서 다른 회사인지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한 거지.


아무래도 나는 그냥 이런 굴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 같아. 이 굴레가 나를 너무 좀먹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다 보면 엘디프도 언젠가는 이름만 대면 아는 그런 회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며(긍정) 이 지독히 사적이고 사적인 덕업일치를 우당탕탕 마무리해볼게(비판)!



박유진 - 응시
브런치 글 이미지 1


덕업일치 Issue No.5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엘디프 박유진 작가의 <응시>이다. 박유진 작가와는 직접 대면한 적이 없어 차분한 그림체, 단정한 프로필 사진, 통찰력 있는 작업노트를 통해 그 품성을 상상해 볼 뿐이다. 박 작가를 유독 기억하는 이유는 '순환'이라는 제목과 '윤회'라는 작품 덕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며 살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인해 사는 사람들 중 하나로서 삶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와 같은 필생의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으로 삶의 정수를 담고자 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속한 거대한 흐름에 대한 연결적 속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다. 결국 박 작가가 말하듯 작가 스스로의 정신적 수행의 결과물로서의 그림이 전달해주는 그 메세지가 내 마음에 박혔다고 말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이 될까? 나는 박 작가의 작품과 작업노트를 보면 볼 수록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이 마음이 참 생경하다. 이번 덕업일치를 읽은 후 다시 보게 된 이 <응시>라는 작품과 그 작업노트는 더더욱 특별하다. 안 되겠다, 이 작품 원화는 판매가 완료되었다고 하니 지금 당장 에디션이라도 소장해야겠다.


작가 노트 - 응시, 45x70cm, 2021


넓은 갈대 들판에서 홀로 가운데에 서 있는 여자는 이쪽을 향해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의 뒤로 희미하게 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무지개는 외부적인 허상을 의미합니다. 여자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허상같은 무지개를 향해 가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향해 시선을 바꾸게 됩니다. 외면만을 좇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그동안 놓치고 있던 사실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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