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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y 04. 2018

월간 김창우 : 2018년 4월

April


4월은 항상 그랬다.


여전히 1분기인 것 같은데, 1분기가 아니다.

겨울도 아니고 여름도 아니면 봄이어야 하는데, 봄이란 느낌은 온데간데없다.

식목일이 공휴일이던 시절에도, 가장 감흥 없는 공휴일 중 하나였다. 오히려 단체로 산에 나무 심으러 가는 활동이 있거나 식목일 기념 사생대회가 열려서 온전한 공휴일 느낌도 안 났다. 심지어 영어 발음도 제일 헷갈렸다. 에이프럴인지 에이프릴인지.


계절의 여왕이란 화려한 별명과 빨간 날들로 무장한 5월이 기다리고 있어서, 4월은 많은 사람들이 자금과 에너지와 감동을 아껴두는 달이 되어버렸다. 추위, 움츠림, 미세먼지를 뚫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고 싶어 하는 봄도 사람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지 않는 4월은 영악하게 건너뛰고 5월에서야 제대로 찾아온다.


나 역시 몇 가지 이유로 5월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월간 김창우도 4월을 건너뛸까 했다.

그런데 하기 싫은 거 다 안 하고 살면, 삶이 너무 성의 없잖아. 그래서 꾸역꾸역 4월도 채워본다.



계속, 와인


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이번 와인 여정의 첫 번째 와인을 깐 이후 29병을 마셨다.


하루에 한 번은 영풍문고에 들러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는데, 요즘은 취미 > 와인, 커피 섹터로 가서 와인 책을 읽는다. 영화도 작년 같은 폭발적인 속도는 아니나 꾸준히 보고 있는데, 현재 221~240편 빈티지에는 와인 관련 영화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출퇴근 시엔 와인 관련 영상들을 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건강하게 '몰입'이란 용어를 꺼낼 테고,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오타쿠'란 단어를 떠올릴 듯.


와인의 단가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아직까진 견딜만 하다.



계속, 집들이


집들이도 계속하고 있다.

하다 보니 대부분 와이프 친구들이다.

와이프가 난 데리고 올 친구가 없냐고 물었다. 아니다, 난 친구 자체가 없냐고 물었던가.


그래서 "살짝 친한 사람들은 집들이에 부르지만, 많이 친한 사람들은 집들이 같은 거 안 한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유발 하라리 교수는 '무지의 발견'이란 용어를 꺼낼 테고,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뭔 개소리?'라고 대답을 했을 듯.


잔반 남기면 집에 못감



머릿니


지아가 아침에 머리가 간지럽다고 했다. 헐,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흰 것들이 보였다. 뭐, 비듬일 수도 있으니 침착하자. 그런데 잠시 후 돈줄을 꽉 쥐고 있는 조폭처럼 지아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꽉 쥐고 있는 머릿니가 발견되었다. 오 마이 갓.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오, 지저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울은 아니나 나름 지하철도 다니는 수도권에서, 머릿니가 웬 말이냐.


내가 아이들의 아침을 맡은 이후로 가끔 지아 머리를 산발로 등원시킬 때가 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너무 어렵다. 그리고 내 딸은 산발이래도 이쁘니까. 며칠 전에도 빗질 몇 번에 머리띠만 해서 보냈는데, 저녁에 보니 머리가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물어보니 유치원 선생님이 머리를 빗겨줬다고 했다. 머릿니는 그때 옮겨온 것 같았다. 따지고 보니 또 아빠 탓이네. 


어디서 왔건 머릿니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머릿니들에게 지아의 머리가 동네 놀이터라면, 남양주의 라푼젤 지우의 긴 머리는 롯데월드나 다름없다. 무조건 언니 머리로의 이동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와이프랑 난 하루씩 월차를 내고 머릿니 소탕과 방역작업을 수행했다. 다행히 세상이 좋아져서 약국에 가니 머릿니 샴푸가 있었다. 참빗까지 들어있었다. 염색을 하는 것처럼 샴푸를 머리에 바르고 참빗으로 구석구석 빗어준 다음 10분 후에 헹궈내니, 눈 앞의 롯데월드로 못가보고 죽음을 맞이하여 억울한 머릿니들이 툭툭 떨어졌다. 수건, 이불, 배게 등 방역 작업도 뒤따랐다. 촘촘한 참빗으로도 걸러내 지지 않는 서캐들은 엄마가 한 땀 한 땀 뜯어내서 지옥을 선사했다.


다행히 하루 만에 머릿니들 소탕작전을 성공했다. 하지만 죽은 불씨도 다시 보자. 여전히 화생방과 각개전투에서 살아남은 서캐가 하나라도 있다면 다시 이 녀석들이 부활할 수 있으니, 가장 머리가 짧은 내가 총대를 메고 지아를 재우고 있다. 뭣도 모르고 내 머리로 건너오면 피곤할 거야. 이 형아가 아침마다 찐득한 왁스를 듬뿍 발라줄게. 맘껏 움직이기 힘들 것이여.


머릿니 소탕 중


기억


두 달 전엔 테라로사, 로네펠트, 클로리스, 르푸도레의 이름들이 헷갈리며 날 괴롭혔다.

이번 달에 떠오를 듯 말 듯 날 힘들게 했던 이름들은 부처스컷, 시추안 하우스, 시티 베이커리, 피에프 창이었다. 


매일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좋아지는지, 셀프 임상 1상 진행 중.



드디어 5월, 두둥


유행이 조금 지난 단어이지만,

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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