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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May 12. 2017

월간 김창우 : 영화리뷰 101~120

가정도, 직장도, 친구도 없는 사람처럼 폭풍이 휘몰아치 듯 100편의 영화를 본 후, 페이스를 대폭 늦추었다. 이제 나도 아재 나이가 되었다며 봄과 함께 춘곤증까지 찾아왔다. 적당히 싸움이 될지 알았는데, 의외로 졸음이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을 아주 쉽게 이겨버려 프로젝터를 만지작거리다 그냥 잠들어버리는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멀리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40일간 20편은 봤구나. 이 정도면 가정과 직장은 있는데, 친구만 없는 사람의 페이스구나. 이번 20편의 빈티지가 다소 평점이 박해 보이는 것은 이미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비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춘곤증으로 눈 껌뻑거리며 집중을 못한 탓일 수도.




101. 애니홀 (Annie Hall, 1977)

(★★★ 3.5)

새로운 100개의 영화를 위한 첫 번째 작품은 미리 정해놨었다. 우디 앨런의 처녀작이자 대표작 애니홀. 예전에 지인 추천을 받아 검색했더니, 어느 해외 사이트에선 최고의 영화 1위에 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이, 무려 내가 태어난 1977년 작품이었다. 이 정도면 101번째 영화로 제격이지 않은가.


영화 시작할 때 나온 우디 앨런의 나래이션 "I really wanted to be an anarchist but I didn't know where to register. (나는 무정부주의자를 꿈꾸지만, 어디에 등록해야 할지 몰랐다)"처럼, 이 영화는 가볍게 웃면서도 깊게 사고하기 위해서 보지만,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하고 깨닭음을 얻어야 할지 모른 체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육성으로 한 번도 웃지 않은 영화 중엔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고, 대놓고 철학적인 '맨 프롬 어스'보다 더 주옥같은 대사들이 춤을 춘다. 77년생의 위엄.



102. 펄프픽션 (Pulp Fiction, 1994)

(★★★★ 4.0)

난 이 영화를 왜 봤다고 생각했을까. 그것도 극장 가서 봤는데 정말 재미없었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벌크업 전성기 시절 아놀드 주지사님이 나온 '토탈리콜'과 헷갈렸던 것 같다. '펄프픽션'과 '토탈리콜' 정도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둘 다 네 글자에다 'ㅍ,ㅌ,ㅋ'등 자음 뒷줄에 포진한 발음 거친 녀석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공통점이 있어, 중학생에겐 구분이 쉽지 않은 단어들이었다. 나의 이런 90년대 영어 이름 난독증 덕분에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지금까지 아껴둘 수 있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전두엽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에, 사무엘 L. 잭슨, 브루스 윌리스, 존 트라볼타 형님들이 연기 하드캐리해서 나온 명작. 154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거나 덜어내도 될 것 같은 부분이 없다. 77년생 애니홀보단 훨씬 Young 하지만, 90년대에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영화. 2000년대 초반 컬트와 코믹을 오가던 가이리치의 '스내치'나 '록스탁앤투스모킹배럴즈'가 이 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하나, 결코 뛰어넘지는 못했다. 브루스 윌리스와 사무엘 잭슨의 젊은 시절 모습은 보너스.



103. 인디에어 (Up In The Air, 2009)

(★★★ 3.0)

이런 아웃소싱 업체도 있구나. 직원들을 해고시켜야 하는 회사들이 그 터프한 일을 외주에 맡기면, 해고 전문가 조지 클루니가 일 년 내내 비행기를 타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을 자르는 업무를 수행한다. 왜 자신이 해고되어야 하는지 따지는 직원들에게 시크하게 "What else?"를 외칠 것 같지만, 조지 클루니는 그런 일일수록 더욱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인간미 넘치는 해고 전문가'라. 수학능력 시험에서 비슷한 모순 형용 표현법을 고르라고 하면,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작은 거인'을 찾으면 되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나름 모범생이었던 걸로.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조지 클루니는 전문성과 인간미를 모두 갖추고 있는 몽타주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적당히 좋은 영화,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훌륭한 연기,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조지 클루니의 슈트 빨.



104.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2013)

(★★☆ 2.5)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의 후속 영화.

기괴하고 독창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기괴하고 독창적이다. Too much!


이 영화를 내게 추천한 한경훈과 같은 이들에게 무드 인디고는 초현실주의를 훌쩍 뛰어넘어, 미치도록 아름답고도 슬픈 영화로 기억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Too much!



105.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

(★★☆ 3.5)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 "아~ 보지 말걸!"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파멸로 이르는 과정을 너무나 디테일하게 그려, 보는 사람마저 미쳐버릴 것 같다. 어릴 때 호환마마에 깜짝깜짝 놀랐던 사람이면, 이 영화를 보다가 발작을 일으킬 수도. 이 영화 자체가 "보지 말걸"을 외치며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 Requiem이다. 하지만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도 그 중독의 시작은 본인들의 꿈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제목도 Requiem 뒤에 'for a dream' 붙는다. 


이 영화의 위대함은 TV쇼에 출연하는 것이 꿈인 여자 주인공 Ellen Burstyn의 연기다. 정상적이었던 Ellen Burstyn이 약물을 복용하며 미쳐가는 과정이 너무나 리얼해서, 이 영화를 본 후 길거리나 서울역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가 처음엔 꿈이 있던 Ellen이었겠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신 이상자가 되었으며, 욕을 하며 지나가는 그들의 눈엔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Ellen Burstyn이 그 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역대로 범위를 넓혀서 시상식을 열더라도 여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가 되지 않을까.



106.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2016)

(★★★☆ 4.5)

이 영화에 대한 찬사 중 가장 와 닿은 표현은 "코엔 형제가 만들지 않은 영화 중 최고"

코엔 감독이 메시지에 힘을 조금 빼고 좀 더 영상미를 강조하며 만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버전. 특별할 것 없는 영화인데 놀랍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에서 극찬을 받은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답게, 엄청나게 느리게 전개되지만 위대한 이야기. 이 영화를 보고 텍사스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싶어 졌다.


미국에서 처음엔 관심받지 못하다가 역주행하며 흥행가도를 달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제목이 원인이었을 듯. 원제 'Hell or High Water'가 뭐냐. 오히려 국내용 제목 "Lost in Dust"가 더 잘 어울린다.



107. 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s, 2013)

(★★☆ 2.5)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스'의 '데인 드한'이 주연작이라 관심이 갔다. 더구나 데인 드한이 옴므파탈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역이라니, 배역에서 이미 끝나버린 거지.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애매함 투성이었다. 데인 드한은 더 치명적으로 사용했어야 한다. 그리고 해리포터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주연으로 나와서 고군분투하지만, 성인이 된 매컬리 컬킨을 보는 것처럼 해리포터가 아닌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겐 몰입이 되지 않았다.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인생 연기를 펼친 벤 포스터도 이 영화에선 존재감을 잃었다. 질 좋은 한우 꽃등심을 사 와서 미역국에 넣고 끓인 느낌.



108. 브루클린 (Brooklyn, 2015)

(★★☆ 3.5)

데인 드한 작품을 봤으면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스'에서 발견한 또 한 명의 신성, '에모리 코헨' 작품도 봐주자. 주연들의 후속작들을 챙겨봐 주는 게 5.0 만점 영화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지.


에모리 코헨은 할리우드에서 톱스타가 되기엔 다소 부족한 171cm의 신장이라 이 역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힐을 신으면 키가 역전되어 버린다. 나름 벌크 업해서 탄탄했던 몸매도 이 영화에선 아주 평범해져 버렸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이런 것들을 퉁쳐버리는 살인 미소를 장착했구나. 이런 웃음을 가지고 있으면 키가 대수랴.


이 영화에서 기대를 한 또 한 명의 배우가 어바웃 타임에서 삐쩍 마른 로맨티스트로 나왔던 도널 글리슨. 분명 주연이라는데 영화 후반부에나 등장한다. '펄프픽션'에서 브루스 윌리스 형님은 훨씬 많이 등장하는데도, 우정출연처럼 이름 젤 나중에 나오던데.


도널 글리슨은 어바웃 타임에선 성격만큼은 모든 여자들이 사랑할만한 다정남이었다면, 이 영화에선 매너 좋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꾸며놓았는데 이런 역할도 잘 소화한다. 이제 성격뿐만 아니라 스타일로도 그에게 반할 여자들이 생길 듯.


주연배우, 포스터, 줄거리를 봤을 땐 내가 아주 재미있게 볼 것으로 생각했던 멜로 로맨스 영화인데, 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와 색감도 아주 훌륭했다. 아일랜드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주해간 여자 주인공이 향수를 극복하며 대도시 생활에 적응하고 사랑하는 성장 스토리인데 그런 감정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난 부산에서 서울로 왔을 때 향수가 없었으니. 너무 일찍 서울말을 배운 탓이겠지.



109. 독수리 에디

(★★★★ 4.0)

작년부터 이어온 국정농단 사태와 조기 대선으로 나라가 시끄러워 관심도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 You know what? 내년 2월에 평창 올림픽이 열린다. 몇 달 남지 않았다. 이번엔 김연아도 없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동계올림픽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이 영화가 제격이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서 '독수리 에디' 프로젝트 한 번 해주고, 공중파 황금시간대에 과감하게 한 번 방영하고, 케이블에서 계속 돌리자.


영국의 스키 점퍼 Micheal "Eddie" Edwards의 실화 영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이야기인 쿨러닝의 동계올림픽 버전. 에디 역은 킹스맨의 Taron Egerton, 스승 역은 엑스맨의 Hugh Jackman이 맡았다. 킹스맨과 엑스맨 제작진이 각 영화에서 대표주자 한 명씩 할당해서 데리고 온 듯. 유치한 제목 탓에 평가절하되어선 안 되는 영화.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뻔한 스토리지만, 스포츠엔 이 모든 클리셰를 뛰어넘는 힘이 있다. 뻔한 마지막 장면에선 물개 박수가 절로 나온다.


2007년 여름휴가를 스위스 IOC 본부로 갔었고, 2010년 겨울 휴가를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갔던 나로서는, 나와 줘서 고맙고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영화.



110. 스트레인저 댄 픽션 (Stranger Than Fiction, 2006)

(★★☆ 3.5)

부산에서 '홍돈' 고깃집을 하고 있는 친구 성진이도 요즘 영화를 많이 보는 듯해서, 난 올해만 110편을 봤다고 으스대며 말했더니 성진이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난 작년 10월부터 347편!" 그냥 우리끼리 시시껄렁하게 하는 "니가 백 편 봤으면 난 천 편" 혹은 "난 이번 주만 서른마흔다섯 편"과 같은 말이 아니다. 성진이가 347편이라고 하면 진짜 그만큼 본 거다. 진정한 영화 오타쿠는 부산 사하구 고깃집에 있었구나. 난 성진이게 비하면 귀여운 덕질 수준.


그래서 성진이에게 영화 좀 추천해달라고 하니, 제일 먼저 꺼내 준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


국세청에 다니고 있는 주인공 아저씨는 두 편의 '스틸라이프' 주인공들처럼 똑똑하고 듬직하지만 과묵하고 표정이 없다. 그런 면은 성진이를 닮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됐나 보다. 재미있고 기발했지만 탁월함까진 미치지 못했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매기 질렌할이라, 설마 하며 찾아보니 '브로크백 마운틴, 사우스포,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짐승 같은 연기력을 선보인 제이크 질렌할의 친누나였다. 그러고 보니 둘이 좀 닮았다. 문득 이 집안 DNA가 궁금해졌다. 둘 다 컬럼비아 대학을 다녔고 엄청난 연기력의 바탕에 사람을 녹이는 미소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도 영화감독이고 어머니는 시나리오 작가였구먼.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 케이스. 나도 핏줄만 제대로 물려받았으면, 지금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코치 정도는 하고 있지 않을까?



111.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Kick-Ass, 2010)

(★★ 3.0)

약 빨고 만든 B급 영화 중 최고의 퀄리티. 한 편의 만화책을 읽고 난 느낌. 어설픈 슈퍼 히어로들 속에서 초등학교 여자아이인 힛걸이 영화 전체를 하드캐리하지만, 이 영화는 R등급을 받아 힛걸 본인은 관람하지 못한다. 그래도 봤겠지? 심지어 가장 폭력적인 액션들은 힛걸이 모두 소화했다.


영화만 괜찮으면 제목과 포스터를 이따위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굳이 2편까지 찾아보고 싶진 않다.



112. 예언자 (A Prophet, 2009)

(★★☆ 3.5)

Time 지에서 대부와 같은 반영에 올려놓은 영화.

영어 잘하는 대학생 허세 좀 부려보려고 지하철에 끼고 탄 Time지만 수십 권은 될 듯하니, Time지에 보답하는 차원으로 보기 시작했다. 19세에 감옥에 들어간 주인공이 6년간 어떻게 적응하며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갱스터 영화. 배경은 냉혹하고 우울하지만, 적당한 행복감으로 균형을 맞춘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길다는 것. 154분. Are you kidding me?



113. 머드 (Mud, 2012)

(★★☆ 3.5)

이름 발음은 어렵지만 믿고 보는 Matthew McConaughey 영화. 매튜 맥커너히의 거친 영어 발음은 언제 들어도 쿨한데, 이 영화에선 남부 지방 사투리 연기로 좀 더 짧고 와일드한 영어를 구사한다. 미국의 50개의 주 중, 내가 가장 가보지 않을 것 같은 아칸소(Arkansas) 주의 어느 시골 마을 배경이라, 그들의 팍팍한 삶이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고 내가 선호하는 빠른 전개는 아니지만, 허클베리 핀을 추억할 수 있는 영화.


자라나는 아이들도, 이미 자란 어른도, 여전히 성장한다.

그래도 나의 영어는 이미 10년 전에 성장을 멈춘 듯하니, 구글이건 애플이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건 누가 됐던지 간에, 빨리 인공지능 통역 기계 만들어주라.



114. 헬프 (The Help, 2011)

(★★ 4.0)

1960년대 미국 남부 인종차별을 극복해나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원작인 소설은 수십 번의 퇴짜를 맞다가 출판되었는데 뉴욕타임스에서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위험하지만 유쾌한 반란에 앞장서는 당찬 인물로 엠마 스톤은 괜찮은 캐스팅이다. 그리고 Octavia Spencer라는 배우의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화룡정점을 찍는다. 우피 골드버그의 재림.


다만 Hidden Figures를 본 사람들에겐 스토리라인이 상대적으로 단순하여 2% 부족하게 느껴질 듯.



115.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

(★★☆ 3.5)

좀 쩌는 형들의 SWAG~!

Dr.Dre, Ice Cube, Eazy-E, 이들이 결성한 진정한 갱스터 힙합 그룹 N.W.A

사회에 불만 있거나, 욕하고 싶거나, 에미넴의 8마일에 열광했던 사람들에겐 대 to the 박 영화!


다음 날 N.W.A의 음악을 배경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목 그루브 타며 키보드를 싸울 듯이 강하게 내리치며 일을 하고 있는 날 발견하고 조용히 음악을 껐다. 일할 땐 SWAG하지 않는 걸로.



116. 야간비행 (Night Flight, 2014)

(★ 1.5)

포스터에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고, 제목에 '야간' '비행'이란 단어들도 있으니, 당연히 비행 고삐리들이 야간에 탈선하는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했다. 느와르 장르에 미치는 내가 왜 이런 영화를 모르고 있었지? 첫 장면부터 싸움 장면이다. 그래, 좋은 출발이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싸움이 잦아든다. 그리고... '야간 비행'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고 볼 걸.



117. 씽 (Sing, 2016)

(★★ 3.0)

초단위로 시간 배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어린이 날, 자그마치 두 시간을 책임져 준 영화. 우리말 더빙 버전으로 보느라 매튜 맥커너히와 스칼렛 요한슨의 간지 나는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No.1 지우는 혼자 낄낄 웃으며 끝까지 몰입해서 봤고, No.2 지아는 방안의 모든 사물들에 관심을 나눠주며 보는 듯 마는 듯했다.

Zootopia만큼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아주 기대를 많이 했지만 평균적이었던 영화. 그래도 동물들이 배고플 텐데 서로 잡아먹지 않고 나란히 서서 노래 부르는 건 칭찬하고 싶다.



118. 유스 (Youth, 2015)

(★★☆ 2.5)

난 '세상의 모든 계절'을 볼 때도 느꼈지만, 노인들이 나와서 여러 무거운 주제들을 잔잔하게 다루는 영화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영상이 아름답고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Emotions are all we've got" 같은 모범 답안 같은 대사들이 지루하다. 난 아직은 좀 쩌는 형들의 SWAG이 좋다.


소프라노 조수미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데, 마지막 장면에 직접 등장까지 하신다. 깜짝이야.



119. 토니 에드만 (Toni Erdmann, 2016)

(★★ 3.5)

아버지와 딸. 내가 감정 이입해서 보기 딱 좋은 영화지만, 아빠가 너무 뚱뚱하고 딸이 별로 이쁘지 않았다. 딸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괴짜 아빠의 노력은 서로가 무표정하여 더 짠하게 다가온다. 단순한 스토리, 롱테이크, 대본이 없는 듯한 리얼한 연기 등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상당히 닮았다. 자칫 더 나가면 기괴해질 수도 있는데, 균형을 잘 잡고 심오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유머 장치들은 상당히 많지만 배우들의 환한 웃음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영화. 멋진 컨설턴트로 살아가지만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 딸의 건조한 일상이 너무 현실적이라 섬뜩하기까지 했다. 우리 모두가 부모님들에겐 저런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항상 바쁘고, 무표정하고, 시니컬하고, 적당히 위해주고, 마음은 있지만 표현하지 않고. 그런 딸에게 행복을 찾아주고 싶은 아빠의 어설픈 노력들. 이 영화 포스터는 영화를 다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크다.

 

그래도... 울림도 크고 다 좋은데... 162분은 너무 길었다. Are you kidding me?



120. 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 2016)

(★★ 4.0)

'플레이스 비욘도 더 파인스'의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후속작.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1차 세계대전 전쟁영웅이 4년간의 전쟁 속에서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것이 싫어 외딴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연 제목과 포스터의 승리이다. 원제는 'The Light Between Oceans'이고 소설 제목은 센스 없이 직역해서 '바다 사이 등대'로 재미 1도 없을 것 같은데, 영화 제목은 매끈하게 '파도가 지나간 자리'로 뽑았다. 게다가 포스터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멜로 영화로 남아 있는 '노트북'과 유사하다.


나 역시 사전 정보 전혀 없이,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 보기 시작했다. '마이클 패스벤더'라는 좋은 배우를 알게 되었고,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이쯤 되면 내 개인 취향 저격 연출자라 부를 만하다. 영화도 훌륭했지만 책으로 읽으면 더 흔들렸을 것 같다. 제목은 구리지만 '바다 사이 등대'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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