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 특집 보고서
1. 과학자는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 - 우리는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을까?
2. 과학자에게 돈이 없는 이유: 지원금이 적어서? - 문제는 돈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
3. 박사는 왜 이렇게 많을까 - 학위 받으면, 연봉은 잘 쳐 주고?
4. 연구가 하고싶어? 정착하거나, 떠돌이가 되거나 - 연구하는 삶을 꿈꿔도 될까요
5. 대학원: 일자리는 만들고, 학생은 줄이고 - 지속가능한 대학원으로의 체질 개선
6. 대학원과 기업: 장학금과 맞춤 연구자의 교환으로- 산업 경쟁력에서 미래 경쟁력으로의 선순환
7. '과학자들은 어떻게 워킹푸어가 되었나'를 마치며 - 젊은 세대가 한국 이공계,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지난 2년간 국내에서는 POSCO[1]의 바이오 제약 산업 진출을 비롯해 제넥신[2], 한미약품[3], 셀트리온[4][5] 등 주요 바이오 의약품 개발 관련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졌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바이오 경제가 세계 GDP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6]. 한국 과학기술정책 연구원 자체 분석 결과에서는 2008년 기준으로 한국 정부가 전체 R&D 투자 가운데 34.7%(과제 수 기준)를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바이오 버블이 붕괴한 이후 실로 오랜만에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관련 분야 진로계발을 희망하고 있는 많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있어, 생명과학은 여전히 기피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생명과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그거 해 봤자 뭐 먹고 살아?’같은 이야기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가 떠돌고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현상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먼저, 생명과학 전공자의 기대 수입이 이공계 분야 가운데 평균적으로 낮다는 점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생명과학-공학 분야의 경우 석사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이 59.5%로 타 산업과 비교하여 고학력 인력 위주의 취업시장 구조를 보였습니다[8]. 그런데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산업계로 진출하더라도 학사 학위 소지자의 연봉에 비해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9]. 통상적으로 박사학위 취득에 7년 이상의 교육이 요구되는 것을 생각하면, 학사 학위 소지자를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공들여 취득한 박사 학위가 소득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공계 학생들의 생명과학 전공을 꺼리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생명과학-공학 분야의 대학원생이 독립 연구자로 발돋움하기 전까지 불안정하고 부족한 임금을 받는 연구 환경에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10]. 국내 통계에서도, 자연계열 박사 학위 취득자는 공학계열 학위 취득자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각각 30.9%, 20.1%) 10% 이상 높았습니다[11]. 오늘날 대부분의 이공계 분야 박사들이 독립 연구자가 되기 위해 일정 기간의 불안정한 연구 환경을 감내하는 것은 통과 의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생명과학 분야 연구자의 경우 그 기간이 더 길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생명과학 전공자의 기대 수입이 비교적 낮다는 점과, 유능한 연구자들이 독립 연구자로 발돋움하기 전까지 불안정한 연구 환경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우수 이공계 학생들의 생명과학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국 생명과학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 계속..)
[1].메디파나뉴스, 2018-04-03, 포스코, OCI 등 신사업 ‘바이오’ 향한 이유 있는 외도
[2].조선비즈, 2017-12-26, 제넥신, 기술이전 계약 소식에 이틀째 상승
[3].바이오스펙테이터, 2018-01-30, 한미약품, 3년간 기술료수익 6천억...R&D비용 초과
[4].바이오스펙테이터, 2018-05-31, 셀트리온, ‘뇌졸중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신약 강화”
[5].메디게이트뉴스, 2018-03-20, 셀트리온헬스케어, 허쥬마 유럽 유통 계약 체결 완료
[6].Arundel, Anthony, and David Sawaya. "The bioeconomy to 2030." (2009).
[7].안두현. "생명과학의 미래 변화와 대응 방안." 과학기술정책 179 (2010): 24-34.
[8].한국산업기술진흥원, 2015.12, 바이오산업 동향분석 및 기업수요조사 보고서
[9].홍성민, et al.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R&D 정책 연계방안." 정책연구 (2015): 1-165.
[10].Kahn, Shulamit, and Donna K. Ginther. "The impact of postdoctoral training on early careers in biomedicine." Nature biotechnology 35.1 (2017): 90.
[11].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내신규박사학위취득자 실태조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