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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07. 2017

연작소설 : 마논트로포 6화

부제 : CDRI(기업분쟁연구소)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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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변호사는 최 변호사에게 질문했다.     

“최 변. 개발을 담당한 P사가 제대로 계약이행을 못할 경우 발주처인 W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지?”     


최 변호사는 W사와 P사가 체결한 계약서 스캔본을 태블릿 PC에 띄워서 살펴보며 답했다.      

“네, 계약서 제15조에 따르면 P사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W사에게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일반적으로 그렇게 규정하고 있지. 그런데 과연 P사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 전부를 W사가 배상받을 수 있을까? 그 과정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유 변호사가 후배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항상 이렇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소크라테스 산파법이라고나 할까.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후배로 하여금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최 변호사는 뭔가를 생각하듯 미간을 찌푸리며 답한다.

“W사가 손해라고 주장하는 것과 P사가 인정하는 손해가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겠지요.”     

“아무래도 W사는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할 것이고, P사는 그 정도 손해는 안 봤지 않느냐면서 W사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수를 줄이려고 하겠지.”     


유 변호사는 다음 스텝으로 서서히 넘어간다.     




“그럼 W사가 주장하는 손해액수를 최대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민법에는 계약불이행에 관련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지?”     


그야 기본 상식에 속하는 것. 최 변호사는 자신 있게 답변했다.

“우리 민법은 제393조에서 계약불이행에 대한 손해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나누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손해는 전부 청구 가능하지만, 특별한 손해에 대해서는 채무자, 즉 이 사건에서는 P사가 그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만 청구가 가능합니다.”     


“W사가 아무리 자기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도 그것이 특별한 손해에 속할 때에는 무조건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 P사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거든. 그럼 최 변, 특별손해에서의 특별한 사정은 무얼 말하나?”     

“네, 말 그대로 통상적이지 않은, 당해 거래에서 특유하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등을 말합니다.”     


이제 결론으로 다다른다.     


“자, 그럼 최 변이 쓴 통보서를 볼까? 최 변은 P사의 계약불이행 부분을 강조했고, 이러한 계약불이행이 계속되면 W사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구체적으로 W사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명시하지 않았지?”


최 변호사는 자신이 쓴 통보서를 자세히 살펴봤다. 유 변호사 말 대로였다.     



최 변호사는 무언가 감을 잡은 듯 말했다.


“아, 그럼 유 변호사님 말씀은, 통보서 내용 중에 ‘P사, 당신네가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W사에게는 이러 저러한 구체적인 손해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세부적인 내용과 숫자까지 집어 넣어 쓰라는 말씀이죠?”     


유 변호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지. W사에게 자세히 물어봐. ‘혹시 P사가 개발을 늦게 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말야. 그럼 아마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올 거야. 예를 들어 ① W사로서는 이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2017. 5.말에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킥 스타터에 런칭하려 하는데, 개발이 늦어지면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든지. ② 이 제품 개발을 전제로 투자유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발이 늦어짐으로 인해 투자가 불발될 수 있다든지, W사로서는 여러 가지 손해를 주장할 수 있거든. 그런데 그런 손해들은 대부분 특별손해에 해당되는 것이라 내용증명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미리 밝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청구가 불가능하지.”     




“아울러 당신들의 잘못으로 우리가 이런 구체적인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세밀하게 기록해 둠으로써 상대방인 P사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효과도 있겠군요. P사로서는 자신들의 계약불이행이 초래할 손해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가늠하게 하는 효과도 있겠구요.”     


최 변호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쓴 통보서 초안 후반부에, P사의 개발지연으로 인해 W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손해액수를 자세히 기재하는 식으로 보충을 하겠습니다.”     


역시 최 변 다웠다.

“그래서 손해배상 세계에서는 이런 말이 있지.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구. 사실 W사 입장에서는 P사에게 많은 것을 알려놓아야(당신 때문에 우리가 이런 저런 손해를 입을 수 있어) 나중에 P사에게 충분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지. 그런데 대부분 W사와 같은 입장에서는 그런 조치를 잘 안하거든.”     


“네, 통보서 하나를 보내더라도 그 안에 어떤 전략을 담아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수정 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최 변호사는 들어올 때와 똑같은 씩씩한 모습으로 유 변호사 방을 나갔다.     




‘흠, 최 변 같은 친구 10명만 있으면 대형로펌이랑 맞짱 떠도 전혀 밀리지 않을텐데 말야. 계속 인원을 보충해야겠지.“     

유 변호사는 CDRI(기업분쟁연구소)의 인원 보충에 대해 최 대표변호사에게 추가적으로 건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최 대표변호사는 예산이 없다며 우는 소리 하겠지만...


(7회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brunchflgu/1100


작성 : 기업분쟁연구소 대표변호사 조 우 성

https://www.facebook.com/cdri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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