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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람 Dec 29. 2022

2023년에 가장 잘할 일은 ○○이다


며칠 남지 않은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에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자면 그건 바로 산책이다.


올봄부터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산책을 했다. 햇볕이 쨍쨍한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내린 날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 몸도 건강해졌겠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산책길을 걸으면서 글감이 떠오르거나 막혔던 부분이 풀리기도 했고 고민을 해결하기도 했다.


어느 봄날 산책길을 걸을 때 굿네이버스 후원 안내 전화를 받았다. 막내딸이 희망편지 쓰기 대회에 응모하면서 내 연락처를 적었었다. 다달이 3만 원을 내야 하는 게 고민됐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못 해주는 게 많고 주변 사람들도 못 챙기는데, 얼굴도 모르는 아프리카 소년을 후원한다는 것은 오지랖이 아닐까? 내 꿈을 찾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사람이 이것도 못해? 지금 못하는 일을 나중에는 할 수 있을까?


3일간 산책길을 걸으며 고민했다. 어느 순간 '번쩍'하고 답이 나왔다.

나 지금 산책하느라 점심 안 먹잖아. 하루 점심값이 1만 원 가까이 드는데 그 돈 안 쓰잖아. 그 돈 어디 갔지? 점심값 아끼려고 산책하는 거 아니니까 그 돈을 챙겨 쓰자!


한 달에 20만 원이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을 내고도 돈이 많이 남는다. 남는 돈은 나를 위해 쓰자. 그동안 가족들 다음으로 미뤄놨던 내 즐거움을 위해 쓰자!


어느 날 산책길을 걸으면서 또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위해 돈 내고 기도하는 것 말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가까운 곳에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노랑꿈터 봉사활동도 하게 됐다.


후원금을 내고 남는 돈은 다달이 나를 위해 썼다.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7월 : 뮤지컬 '웃는 남자' 관람, 좋아하는 가수가 생겼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31


8월 : 단양 가서 패러글라이딩 하기, 생애 첫 나 홀로 여행을 했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67


9월 : 아들과 마라톤 하고 63 빌딩 59층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했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88


10월 : 언니와 내장산 단풍 여행,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134


11월 : 이문세 콘서트 예매,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98


12월에는 평소 고마웠던 지인들에게 선물을 했다. 가방 안에 쏙 넣을 수 있는 우산, 커피 쿠폰, 화분, 옷 등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은 선물을 보냈다.


내년 1월에는 뮤지컬 '물랑루즈'를 보러 갈 예정이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다달이 나를 위한 행사를 준비해 놓고 설렌다. 일요일마다 노랑꿈터 아기들을 보며 많이 웃고 행복하다. 꾸준히 글을 쓸 글감이 생각난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산책이었다. 어제까지 걷지 않던 길을 걷기로 선택한 것. 그 작은 결심 하나가 나를 이전과 다른 삶으로 이끌었다.


2023년에도 산책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하지 않았던 일 중 하나를 새롭게 해보고 싶다. 2023년이 다 지났을 때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꼽을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산책길을 걸으며 고민해 봐야겠다.

https://brunch.co.kr/@c1ac4f95da42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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