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 40일 삶의 성찰
살면서 크게 아파본 경험은 매우 어린 시절 때였다.
눈과 관련된 질환이 있었는데 잘 치료하였고, 이제는 흔적도 없다.
너무도 어린 시절의 일이라 부모님께 듣기만 했을 뿐 내겐 기억이 없다.
오늘의 치유와 회복은 마음에 관련된 것이다.
'상처'는 삶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청객.
빈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내가 경험한 상처들이 치유되고 회복된 경험을 생각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의 이야기가 먼저다.
아버지로부터의 상처가 있었다. 매우 오래되고 깊숙한 상처.
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 가장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셨다.
하시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았고, 엄마에게나 자녀들에게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셨다.
다혈질의 성격이라 가족들이 늘 조마조마 지냈던 기억이 많다. 불안은 큰 상처를 주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군 입대 전인 20대 초반까지 이어져 쉽게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없었다.
이를 치유한 것은 "시간"과 "말하지 않는 노력"이었다.
나의 군시절부터 지금까지 근 30년의 시간을 아버지께서는 매우 성실히 지내셨다.
마치 이전에 못 다하신 일까지 하시는 듯 보였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성실히 지내시는 모습.
가장의 위치를 회복하시는 모습을 오랜 시간 말없이 보여주심은 얼음이 서서히 녹는 것처럼 가족들의 마음을 녹였고, 다시금 관계가 회복되게 했다. 최근에 부모님과 일본 여행에서 노천 온천에 가서 손자까지 삼대가 몸을 담그며 완전히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도 많이 늙으셨다. 애틋한 마음이다. 늦게나마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됨이 참 감사하다.
무엇인가를 회복할 때 굳이 말이 필요 없음을 배웠다. 묵묵히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때까지 노력하는 것. 중요한 것을 배웠다.
직장 생활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일이 작년에 있었다.
나를 향한 비난은 아니었지만 내가 맡은 조직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 마치 나를 향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내 조직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며 운영했었다. 상대는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
최근에 내가 사과하며 난 완전히 회복되었다. 나를 치유한 것은 "내 마음가짐"이었다.
상대의 연약함을 안타깝게 여기고, 먼저 사과하는 용기가 갑자기 생겼다.
그제야 상대도 자신의 미안함을 이야기했고,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내 마음가짐이 나를 치유하고 회복시킨다는 것을 배웠다.
주변 사람의 치유와 회복을 함께했다.
직장의 다른 조직에서 사람에 대한 상처가 있는 동료가 있었다.
항상 경계적인 태도와 예민함이 늘 그와 함께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형성한 따뜻하고 편한 분위기와 우리가 가진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를 변화시켰고, 한 해가 끝날 때쯤 그가 고백하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1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큰 만병통치 약이 있다면 바로 사랑일 것이다. 그때 경험하고 배웠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상처를 받을지 모른다. 어떻게든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 날을 걸림돌 없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상처에 맞는 약이 있을 것이다. 어떤 상처에 어떤 약이 내게 맞는지는 치유와 회복의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지난 상처나 지금의 상처는 헛 된 것이 아니리라.
상처와 치유와 회복의 반복된 삶에서 더욱 굳은살이 생겨 담담하게 살아 나갈 수 있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