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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an 17. 2021

7월 제철음식 - 맹꽁맹꽁, 수박 먹자

개굴개굴 보리수단


개구리와 맹꽁이가 합창을 하는 여름 시골 마을에서는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마루에 앉아 수박화채를 즐겼다.


지난 글에서 쑥개떡과 6월의 논 이야기를 했다.

https://brunch.co.kr/@campo/161


오늘은 7월의 논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수박화채는 할머니께서 풍덩풍덩 숟가락으로 수박을 푼  후, 그대로 수박 통에 담아 내주신 것이다. 우리 다섯 형제자매는 금세 한통을 비웠다.


먹고 난 수박 통 껍질은 우리 집 돼지에게 주면 된다. 돼지는 잡식성이라 뭐든 잘 먹었다. 그렇게 잘 익은 수박은 제 몫을 다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특히 수박은 비 오기 전에 따든지 장마 후 햇볕이 쨍쨍할 때 딴 것이 맛있었다.

음력 6월 15일은 유두날이다. 2021년 양력은 7월 24에 해당된다. 유두날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빗을 벼랑으로 던지면 액운을 막는다고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절식으로는 밀면, 상화면, 보리수단이 있다. 브런치 매거진에 논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재하면서 절기에 따른 절식을 찾아보는 중이다. 유두날은 단오만큼 절식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밀면은 주로 경상도에서 유명한 음식으로 국수와 유사하다. 우리 동네는 막국수를 주로 먹었다. 국수는 사실 유두날뿐 아니라 새참의 단골 메뉴였다. 할머니께서는 채반에 국수를 동글게 말아 물 빠지게 여러 개를 돌려놓은 후 머리에 이고 내 가셨다. 병에 따로 국물을 들고 가서 양은그릇에 국수를 놓고 국물을 따른다. 그리고 위에 고명으로 가져간 오이채와 계란 지단을 올린 후 국물을 부어 준다. 이렇게 국수, 잘게 썬 김치, 고추와 강된장 그리고 막걸리가 새참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리수단은 오미자 물을 베이스로 하고 삶은 보리 알갱이를 넣는다. 나는 오미자 물은 좋아하지만 보리 알갱이는 싫어했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의 맛이 난다 해서 오미자라 칭한다. 새콤 달콤 오미자 물은 정말 맛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농부들은 삽을 들고 논으로 향한다. 논에는 물이 적당히 항시 있어야 하지만 벼가 물에 완전히 잠기면 안 되기 때문에 배수로를 잘 만들어 줘야 한다. 대비를 잘해도 장마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지만 인간이 대비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비가 내리기 직전에는 못생기고 우락부락한 두꺼비도 어기적 거리며 길 위로 기어 나온다. 독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보면 피해 다녔다. 나중에 금두꺼비라는 의미가 복을 가져온다 하는 동화 이야기에 놀랐다. 그렇게 못 생긴 두꺼비 형상이 복이라니 말이다. 못 사는 시절은 뚱뚱한 형상이 오히려 부를 상징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맹꽁이는 실물로 본 적은 없다. 알고 보니 야행성으로 밤에 주로 활동한다. 낮동안 땅속에 얌전히 있다가 장마철 물웅덩이나 논의 물에 올라와서 구애를 하고 알을 낳는다고 한다.


맹꽁이가 울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은 맹꽁이의 구애가 장마와 함께 시작됨을 의미한다.


맹~꽁 맹~꽁


그런데 이에 질세라 개구리들도 구애를 시작한다.

개~굴 개~굴

장마는 마치 맹꽁이와 개구리를 위한 세상 같았다. 개구리는 낮이고 밤이고 합창을 해 대는데 특히 밤이 되면 개구리와 맹꽁이가 대항전을 펼치듯 했다. 자기들이 마치 밤의 일인자 인양 떠들었다.


아마도 밤에 인간의 소음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할 것이었다.


생물체는 암수 짝짓기를 할 때 주로 수컷이 암컷을 얻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을 많이 접한다. 개구리나 맹꽁이나 암컷은 상대의 몸집이 큰 것을 선호한다.


소리가 크면 몸집이 더 크게 여긴다고 한다. 그러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것이다.


헤이, 여기 내가 제일 몸집이 크단 말이야
맹꽁맹꽁~~ 개굴개굴 ~~~

개구리들은 피부가 젖어 있어야 숨을 잘 쉴 수 있다고 한다. 숨을 잘 쉬어야 목청껏 구애작전을 펼칠 수 있다. 쉼 없이 목젖을 움직여 산소를 마셔가며 소리를 질러댄다. 맹꽁이는 목 밑에 부풀리는 주머니를 팽창시키면서 소리를 낸다. 부피도 커지고 소리도 커지는 동시 효과 일 수 있겠다. 당연히 수컷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


현대에 이르러 맹꽁이는 보호종이 되었다.


온 가족이 환경 시민 단체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어느 여름밤, 열성 환경지킴이 한분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맹꽁이 소리를 혼자 듣자니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드셨다고 하셨다. 그분은 자전거만 타고 다니시고 진정한 환경지킴이셨다. 현대화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참으로 힘든 캐릭터셨다. 지금도 어디선가 환경을 지키고 계실 것이다. 그때만 해도 맹꽁이들이 거의 멸종되어 가던 찰나였다. 그때 수화기 너머 들렸던 맹꽁이 합창이 떠오른다.

그런데 요즈음 환경개발을 하고자 했던 도심지에 맹꽁이가 등장해서 환경단체와 개발자들 간에 마찰이 있었다 한다. 다행히 합의점을 찾아서 도시 생태 공원이 조성되는 등 진척을 보였다.


큰 아이 유치원 시절, 개구리 알을 퍼서 올챙이가 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밥을 주고 확대경으로 올챙이의 이빨을 보기도 했다. 조그만 것이 이빨이 있는 것에 놀랐다. 항상 아이보다 내가 더 생물 관찰에 몰두하는 편이었다. 나는 파충류 종류를 싫어하기 때문에 거북이도 키우지 않았지만 개미, 올챙이, 병아리를 아이들과 아파트에서 키워 보았다.


지난 브런치에 기록했다시피 우리가 키웠던 올챙이들은 다 자라서 개구리가 되었다. 한 마리가 개구리가 되어 그릇에서 튀어나와 돌아다니다 사라져서 나머지는 방사했다. 그 애들은 손톱만큼 조그마해서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청개구리였다.  그 당시 직장에 습지 형태의 연못이 있었다. 그곳에는 우렁이, 청개구리 등이 살았다. 그 후 곧바로 현대화된 커다란 연못에 잉어를 키운다. 과거의 습지가 사라졌고 청개구리들도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장마가 지난여름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연기로 모기를 쫓는다.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들은 마당의 너른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북두칠성이 어디 있나 먼저 찾는 내기를 했다. <계속>



https://brunch.co.kr/@campo/177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n-garden



출처 및 관련 자료들 링크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19971

https://images.app.goo.gl/XTikKnsYGm3s9oiR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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