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Aug 19. 2024

다람쥐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2

다람쥐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브런치 스토리 참조: 2024-07-16 다람쥐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번 다람쥐는 조그맣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솔방울을 숨겨 놓을 구멍을 모두 막아버려도 그 옆에 솔방울들을 모아뒀다. 

나뭇가지사이에서 뛰어노는 녀석에게 물총도 발사해 봤지만 더 높은 가지에 올라가 끼루룩 끼루룩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내려다봤다. 

거금을 들여 커다란 부엉이까지 사다가 놨지만 녀석은 부엉이를 보고 겁을 먹기는커녕 부엉이 옆에서 솔방울을 잔뜩 까먹고 뒷마당 테이블을 어지럽혀놨다. 

남동생네에서 트랩을 빌려다 놓고 남편이 집에 있을 때 트랩을 설치할 작전도 세워 놓았다. 

또 최후의 보루로 미국산 100% 코요테 오줌도 사두었다. 하지만 동네에 어슬렁 거리는 코요테들이 우리 집으로 모여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작전을 보류하던 중이었다. 


2주 전만 해도 우리가 마당에 나와 있으면 우리에게 가까이 다녀오던 녀석이 요즘 통 조용하다 싶었다. 


오늘 아침, 창문 너머로 뒷마당을 내다보던 남편이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보 여보! 위즐" 

뒷마당을 내다보니 위즐 (족제비) 한 마리가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소름 끼치는 손님은 시티에서 해결해 주었고

다람쥐는 상위 먹이 사슬이 나타나 다람쥐와의 전쟁을 종식시켜 주었다.  


뒷마당의 평화가 당분간은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태풍 전의 고요 같기도 하다. 

또 어떤 새로운 종이 출현해서 내 브런치 스토리에 소개될지... 


구글링을 해보고 ㅎㅎㅎ. 매우 만족스럽다. 


사진을 찍을 새가 없었다. 긴 얇은 꼬리에 꼬리 끝이 까만 갈색이었다. 몇년전 겨울에 눈 위를 뛰어다니던 녀석은 흰색에 까만 꼬리였는데, 계절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 같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자꾸 우리에게 다가오는 녀석, 족제비 형아가 순찰을 도는 우리 집엔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임무를 마친(?) 부엉이는 나무 기둥사이에서 휴식을 취한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에 100번째 글을 올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