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브런치 스토리 참조: 2024-07-16 다람쥐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이번 다람쥐는 조그맣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솔방울을 숨겨 놓을 구멍을 모두 막아버려도 그 옆에 솔방울들을 모아뒀다.
나뭇가지사이에서 뛰어노는 녀석에게 물총도 발사해 봤지만 더 높은 가지에 올라가 끼루룩 끼루룩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내려다봤다.
거금을 들여 커다란 부엉이까지 사다가 놨지만 녀석은 부엉이를 보고 겁을 먹기는커녕 부엉이 옆에서 솔방울을 잔뜩 까먹고 뒷마당 테이블을 어지럽혀놨다.
남동생네에서 트랩을 빌려다 놓고 남편이 집에 있을 때 트랩을 설치할 작전도 세워 놓았다.
또 최후의 보루로 미국산 100% 코요테 오줌도 사두었다. 하지만 동네에 어슬렁 거리는 코요테들이 우리 집으로 모여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작전을 보류하던 중이었다.
2주 전만 해도 우리가 마당에 나와 있으면 우리에게 가까이 다녀오던 녀석이 요즘 통 조용하다 싶었다.
오늘 아침, 창문 너머로 뒷마당을 내다보던 남편이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보 여보! 위즐"
뒷마당을 내다보니 위즐 (족제비) 한 마리가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다람쥐는 상위 먹이 사슬이 나타나 다람쥐와의 전쟁을 종식시켜 주었다.
뒷마당의 평화가 당분간은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태풍 전의 고요 같기도 하다.
또 어떤 새로운 종이 출현해서 내 브런치 스토리에 소개될지...